A씨는 “신림동 폭우 속 미화부 아저씨,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서울대와 관악구청 중간 쯤 되던 지점에서 환경미화부 아저씨가 인도와 차도 경계의 턱에 앉아서 계시더군요. ‘이 날씨에 위험하게 저기 앉아서 뭐하시나?’ 궁금해서 봤더니 하수구에 찌꺼기가 껴서 물이 역류할까봐 일일이 손으로 찌꺼기를 제거하고 있었다”며 현장을 생생히 전했다.
이어 A씨는 “존함을 알 순 없지만, 아저씨 덕택에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은 일상의 모습을 되찾은 듯 보였다. 흙탕물에 유리라도 떠내려 오면 위험할텐데도 일일이 찌꺼기를 제거하던 분께 감사하다”며 인사를 남겼다.
네티즌 A씨가 직접 찍은 사진 |
그러나 이날 하수구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한 사람은 환경 미화원이 아니라 관악구청 치수과 직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와 전화 연결이 된 구청 직원은 “28일 9시께 당시 하수구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던 사람은 환경미화원이 아니라 구청 직원이었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이 직원은 “물이 빠지는 구멍이 너무 크면 차 바퀴가 빠질 수도 있어 물 받이 부분은 격자무늬 모양으로 돼 있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오면 온갖 쓰레기가 그 격자무늬에 걸려 하수구를 막을 수 있으니까 순찰을 돌다가 찌꺼기를 바로 제거했던 것 뿐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보통 계약한 업체를 통해 전문적인 도구를 가지고 찌꺼기 제거를 하도록 하는데, 이날은 비가 너무 많이 왔고, 업체는 남부순환도로 쪽에서 이미 작업을 하고 있어 구청직원들이 작업을 했던 것” 이라고 말했다.
끝까지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B씨는 “내 할일을 했을 뿐이다”며 “보통 이렇게 물난리를 겪고 나면 구청은 안좋은 소리 듣기가 쉬운데, 이렇게 고생을 알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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