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이랬다. 지난 20일 박 위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남성 성기 사진을 올렸다. 최근 방통심의위회의에서 남성성기 사진을 올린 한 인터넷 게시글을 음란물로 판정하고 차단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반발로 자신이 직접 남성성기 사진을 블로그에 게재한 것이다.
결국 박 위원의 게시글도 심의에 올려졌다. 박 위원은 블로그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심의위원의 게시글을 심의위원회가 심의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언론사들이 이 블로그에 대한 보도를 하기 시작했고 방문자 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면서 “내가 기록해두려고 했던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행정기구가 법적 판단도 없이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면서 검열의 엄밀한 기준이나 국민에게 최소한의 고지나 의견청취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라고 적었다.
다시 28일이 되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박경신 블로그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이날 하루만도 수십만명의 방문자를 끌어들였다. 이날 오전 박 위원은 프랑스 화가가 그린 ‘세상의 근원’이라는 그림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마치 사진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의 세밀한 묘사가 특히나 눈에 띄는 작품이다. 박 위원은 이 그림과 함께 앞서 올린 남성 성기 사진을 언급하며 “내가 올린 문제의 사진들은 사람들마다 다른 반응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오히려 내가 아는 법원의 기준으로 보자면 법적으로는 음란물로 인정되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고 적었다. 그 사례로 자신의 올린 ‘문제의 사진’들을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쿠르베의 ‘세상의 근원’과 같은 수위의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 그림을 게재한 것이다. 통신소위회의에서 심의해 차단 결정한 수백건과 달리 ‘성기 외에는 아무런 성적 서사나 성적 기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
박 위원은 “많은 사람들에게 음란물로 보이더라도 법적으로 음란물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적인 심의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성적 노출은 고고한 예술적 표현이 될 수도 있고 강력한 정치적 표현이 될 수도 있다. (중략) 나는 예술가는 아니고 법학자지만 예술가들이 미적인 목적으로 작품들을 만든 것처럼 나는 법적 음란의 기준에 대한 토론을 위해 검열자일기 #4(남성성기 사진)를 올렸다. 예술가들이 의연했던 것처럼 나도 거기에 달린 수많은 댓글에 하나도 억울하지 않고 각자의 견해를 존재한다”고 적었다.
한편,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인 박경신 위원은 지난 4월 방통심의위 위원으로 발탁됐다. 지난 2009년 3~6월 창조한국당 추천으로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