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유명 도시들은 도심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방수로를 마련해 뒀거나 하수도 기능을 강화해 대비하고 있다. 홍콩과 같은 절개지 도시는 아예 도시 전체를 신경망처럼 감싸는 촘촘한 배수로로 도시홍수 피해를 비켜가고 있다.
아열대성 기후인 홍콩은 연중 강수량이 최대 2500㎜로 우리나라의 2배에 달한다. 우리나라보다 위도상 남쪽에 위치해 매년 5~8월에는 10여 차례 태풍을 포함해 집중호우가 잦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홍콩섬의 서쪽은 높이 554m의 빅토리아 피크가 있는 등 아파트와 고급 빌라 수백채가 급경사면에 위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사태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다. 급경사면이 암반으로 이뤄져 단단한 이유도 있지만 홍콩 전체 산악 지대에는 인공 배수로가 ‘실핏줄’처럼 연결돼 있고 콘크리트 옹벽이 그물망처럼 짜여져 있다. 또한 수백개의 배수시설이 설치돼 빗물은 고일 틈이 없이 곧장 바다로 빠져나간다.
소하천이 홍수를 자주 일으켜 상습 침수지였던 일본 사이타마(埼玉) 현에는 지난 2006년 세계 최대 규모의 방수로가 건설됐다. 지하 깊이 70m에 폭 78m, 높이 18m로 전체 길이가 6.3㎞에 달한다. 총 67만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방수로는 초당 200t의 물을 에도(江戶) 강으로 흘려보내는 시스템으로 완공된 뒤 홍수는 자취를 감췄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클랑 강 중류에도 9.7㎞ 길이의 스마트 터널이 2007년 건설됐다. 도심 교통을 분산하는 기능을 하지만 홍수에 대비해 터널 양쪽에는 각각 140만t과 60만t 규모의 저장소가 함께 마련됐다. 덕분에 연간 강수량이 2500㎜에 달하는 쿠알라룸푸르는 홍수 걱정을 없앴다.
이밖에 ‘윈디 시티’로 불리는 미국 시카고는 시내에 최대 지름 11m의 지하 방수로가 210㎞에 걸쳐 건설돼 있으며 400년 이상된 오랜 역사로 유명한 프랑스 파리의 하수도는 2000㎞에 달한다.
이상석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침수 피해 지역이 아니었던 광화문과 강남 등지가 2년째 큰 피해를 입은 이유는 집중 호우 대비 인프라를 기존의 침수 지역에만 설치했기 때문”이라며 “세계 유명도시처럼 인공지반이 많은 우리나라도 이상호우 현상이 지속될 것에 도시 전체가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