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사업본부, 맑은환경본부, 도시기반시설본부 등 서울시청 대부분의 사업부서에서 디자인 자문을 받으러 옵니다. 예전에는 사업 종료 직전에 형식상 들르는 경우가 꽤 있었지만, 요즘은 사업 기획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자문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아요.”
개발실의 자문 범위는 편집ㆍ제품ㆍ시각ㆍ건축 등 디자인 분야를 총망라한다. 최근 신설 중인 신사종합사회복지관, 반포구립어린이집 등의 공공시설 디자인 자문도 그녀가 했다. 디자인개발실장인 강씨는 이제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 “디자인?’ 하면 떠오르는 대명사가 됐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 서울시의 디자인시정을 알리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최근 중국, 일본, 유럽에서 열리는 각종 공공디자인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서울의 디자인 시정을 알린 그녀는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디자인 시정에 대한 평가가 더욱 뜨겁다고 했다.
“되게 놀라요. 서울시가 디자인을 정책적으로 도입한 지 얼마 안 돼 이렇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신기해할 정도예요. 관 주도로 짧은 시간에 강력히 추진하는 서울의 행정력을 아주 부러워하기도 하죠. 요코하마는 도시디자인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도시지만, 요코하마 관계자들조차 조만간 디자인 측면에서 서울이 요코하마를 훨씬 앞지를 거라는 점에 대해 의심하지 않아요.”
미국 건축사인 강실장은 인하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떠나 컬럼비아대 건축학 석사를 받았다. 미국 현지 건축사 사무소에서 일하며 약 10년동안 미국에서 살던 그녀가 서울시와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09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로젝트 등 서울시의 대형 디자인사업을 해외 저명한 건축가들이 수주하자, 해외에서 일해 본 자신이 공공에 기여할 부분이 있으리라 여겼다.
“고액을 받으며 건축주의 취향에 맞는 화려한 건축물을 짓는 건축가의 삶도 분명 매력 있어요. 그러나 시민을 위해 공공디자인의 수준을 높이는 ‘퍼플릭아키텍트(Public architect)’로서의 일이 저한테는 더 보람있게 느껴졌어요.”
공직 생활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공공에 기여하는 삶의 보람에 대해 항상 들으며 자랐다는 그녀는 애초 행정학과에 들어갔다가 건축학과로 전과했다. 각종 공모전에 입상하며 삶의 무게중심이 ‘공공기여의 보람’에서 ‘창작ㆍ기획의 욕구’로 이동했다고 한다.
미국건축사이자 친환경건축인증사인 그가 서울시 공무원으로서 가는 길은 전인미답의 길이다. 각종 시행착오도 많다. 그러나 좌우명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그에게서는 단단함과 프로의식이 느껴졌다. 그녀는 서울의 매력을 “배려받는 화끈함”이라고 했다. 무슨 뜻이냐고 하자 “정(情)”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수한 기자 @soohank2>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