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인명피해의 29% 달해
재해위험지역 체계적 기준 없고
특별법 관리는 고작 467곳 불과
턱없이 부족한 배수시설 큰문제
순차적 집중호우땐 산사태 우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절개지 붕괴사고로 사망한 사망자만 245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절개지에 대한 위험도는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절개지와 관련된 방재 대책은 ‘걸음마’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절개지 위험 측정 및 배수로ㆍ배수관 마련, 그리고 절개지 사면에 건축물을 지을 경우 관련 방재대책을 마련하는 등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한국방재협회와 소방방재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약 11년7개월간 급경사지 붕괴로 인한 사망자는 총 24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발생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자 839명의 29%가량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올해의 경우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ㆍ실종자 69명 중 45명(약 65.2%)가량이 급경사지 붕괴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 유달리 절개지 붕괴로 인한 사망이 많았다.
이는 정부의 허술한 절개지 관리 탓이라는 지적이다. 전국의 100만여개의 절개지ㆍ급경사지 중 1만7452개만이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에 의해 등록되고 있으며, 이 중 시설물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으로 관리되는 곳은 455개소, 산지관리법에 의해 관리되는 곳은 12개소로 전체의 2.7%에 불과하다.
특히 절개지의 위험 관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맡고 있으며, 전문적인 진단 없이 담당 공무원이 현장을 찾아 눈으로 한두 차례 살펴보고 결정하게 돼 있기 때문에 부실한 관리를 낳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틀간 산사태로 인명피해를 낸 절개지들은 현재 중점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곳들이었다.
집중호우로 인해 서울 서초구 우면산이 산사태로 무너지면서 방배동 남부순환도로가 통제되다 29일 오전 복구돼 차량이 운행을 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
실제로 한국방재학회가 지난 2010년 소방방재청의 연구용역을 받아 완성한 ‘도시방재성능 목표 설정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도 춘천의 사북, 북산, 남산 등의 경우 시간당 30㎜, 하루 120㎜의 비에도 무너질 수 있다고 조사됐지만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위 보고서는 2009년과 2010년 일어난 절개지 산사태 사고들을 분석한 뒤 사고의 원인을 장기 강우 이후 다시 찾아오는 집중호우에 있다고 꼽았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산지 배수로, 소단배수로 등 각종 배수로를 설치하지 않거나 자연 계곡부에 대한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한 이 보고서는 급경사지의 지형 및 지반 사태를 고려하지 않은 사방공사 등 보강공사가 급경사지 반복 붕괴의 원인이라며 정밀 진단 및 배수시설의 설치를 촉구했으며, 토석류의 원인은 무분별한 개간 및 임도 등의 관리부실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건축물 신축 허가 과정에서 주변 급경사지에 대한 재해위험도평가 절차가 누락돼 건물 신축 후 붕괴로 인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