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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해복구 자원봉사 참여해보니…
중부지방을 할퀴고 지나간 물폭탄으로 서울 곳곳이 침수되고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귀중한 생명이 사그라들었다. 단 사흘여간 600㎜가 넘게 온 비로 생지옥으로 변해버린 듯한 서울이지만 곳곳에선 희망의 새싹이 움터고 있었다. 절망 뿐인 수해지는 수해복구 자원봉사로 되살아나고 있다.

29일 오후 본 기자는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 연락, 수해복구현장에 자원봉사를 지원했다. 지원한 뒤 한참을 기다려야 자원봉사 인력이 조직ㆍ배치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자원봉사센터는 전화를 받는 동시에 기자가 가야 할 곳을 배정해주고 안내했다.

안내를 받은 대로 남부순환도로 경남아파트 앞에 달려간 것은 오후 2시께. 긴 비가 그치고 햇볕이 구름 사이로 조금씩 빛을 보내고 있는 시간이었다. 한 자리에 모인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센터의 안내에 따라 이름을 적은 후 자원봉사자라고 찍힌 파란색 조끼와 삽을 받아들었다. 이미 인도와 도로 한켠에는 집중호우로 쓸려내려온 토사가 모여있었고 본 기자보다 먼저 자원봉사를 신청했던 사람들이 이를 차량으로 퍼나르면서 도로를 정비하고 있었다.

기자는 이들을 따라 인도와 도로에 흩어진 토사를 모아 포크레인과 불도저에 옮기는 일을 맡았다. 처음에는 이게 도로인지, 비포장 산길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참혹했던 현장이었다. 언제나 끝날까, 과연 끝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잠시 뿐, 삽질이 계속되면서 검은색 아스팔트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시간쯤 삽질을 계속하자 이마에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캠프에서 자원봉사자 한명이 슈크림빵을 가져와 “이거 하나 먹으세요”라며 주려다가 진흙 투성이가 된 손을 보더니 입에 넣어줬다.

현장에는 맨발로 흙을 퍼나르는 주민들과 함께 야간 근무를 마치고 재해현장으로 달려온 자원봉사자 등 대학생들까지 신분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참여했다.

광진구민체육센터에서 보일러 기능공으로 일하는 한명우(46)씨는 “야간근무를 마치자 마자 뛰어왔다”며 “TV 화면으로 보이는 처참한 모습에 피곤하기는 했지만 이쪽으로 발길이 향하더라”며 웃어 보였다. 우면산 기슭에 사는 이윤희씨(49ㆍ여)는 “세상이 건조한데다 서초구 사람들은 ‘강남깍쟁이’라 불릴 정도로 이웃에 관한 관심이 적다는게 통설”이라며 “나부터 직접 나서서 자원봉사를 하면 ‘강남깍쟁이’들도 동기 부여 받지 않겠냐”고 웃었다.

한켠에서는 피해 주민들의 하소연도 이어지고 있었다. 주민이라는 최모(50)씨는 “등산로며, 약수터 만든다고 계속 산을 파헤치기만 했지 배수로나 둑 비슷한 건 어디에도 없었다”며 “안그래도 흙산이라 지반이 약한데 누가, 어떤 식으로 난개발을 한건지 책임소재를 분명히 따져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주민 이모(43ㆍ여)씨는 기자를 붙잡고 “시나 구에서는 생태공원과 산사태가 무관하다는데 그게 왠 무책임한 변명이냐”며 “산책할 때마다 걱정했는데 이를 어쩌냐”고 울먹였다.

가슴 뿌듯한 자원봉사 활동이었지만 피해 주민들의 하소연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가슴 한켠에 먹먹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박병국 기자 @goooogy>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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