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집착하며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80세 남성이 네번째 결혼에서 이혼소송을 당해 결국 수억원의 위자료와 재산분할금을 주게 됐다.
1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A(80)씨는 지난 1997년 B(65)씨와 3년여 교제 끝에 혼인신고를 했다.
A씨는 첫 부인을 사별한 뒤 두차례 더 결혼했으나 협의이혼과 사실혼관계부당파기로 인한 소송을 당하는 등 모두 이혼한 상태였다.
평소 돈에 집착하던 A씨의 결혼생활은 금새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A씨는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B씨의 호소를 외면하고, 하루 세끼 밥상을 차려주는 아내가 외출하고 돌아오면 화를 내며 말도 걸지 않는 가부장적 태도를 드러냈다.
A씨는 작은 돈을 쓰는 것도 철저히 감시했다. A씨는 B씨가 1만원이 넘는 액수의 물품을 구입하면 확인 후 돈을 지급했고, B씨가 생활비가 모자란다고 하면 종종 한달에 들어가는 반찬값을 직접 점검해 “반찬값이 30만원도 되지않는데 무슨소리냐”며 타박했다.
심지어 A씨는 생활비에서 아내 명의의 보험료가 나가는 것을 못마땅해 해지하라고 해, B씨가 사별한 전 남편과의 사이에 둔 딸이 보험료를 납부했다. A씨는 2009년 직장암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당시 B씨는 64세의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음에도 간병인을 쓰지 못해 직접 간병하면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본격적인 갈등은 건강이 악화된 B씨가 뇌수술을 받으면서 보험금 2100만원을 받은 뒤 시작됐다. B씨는 딸이 보험금 일부를 낸만큼 병원비 1400만원을 제외한 돈을 딸에게 주려고 했지만 A씨는 자신에게 모두 내놓으라고 고집을 피우기 시작했다.
또 A씨는 B씨의 생명보험금 사망수익자가 B씨의 딸로 돼 있는 것을 알게 되자 계약자 및 수익자를 모두 자신으로 바꿔달라고 주장하며, B씨의 동의를 받은 뒤 설계사에게 수차례 전화해 독촉하기도 했다.
수술 후 안정을 취해야 함에도 B씨는 ‘2000만원을 주겠으니 이혼하고 나가라’ ‘여기는 내 집이니 나가라’는 A씨의 폭언에 시달렸고 결국 이를 견디다못해 지난해 4월 딸의 집으로 들어갔다.
별거에 들어간 B씨는 이혼과 위자료 5000만원, 재산분할금 8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박종택 부장판사)는 “평소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강요한 점과 금전에만 집착하는 인색한 태도로 갈등을 일으킨 점, 보험금 문제로 폭언해 상처를 준 점 등을 고려하면 파탄의 근본적이고 주된 책임은 A씨에게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어 재판부는 “혼인기간이 12년 이상 됐고, 보유한 재산의 규모에 비하여 A씨의 경제적 통제 아래 불안과 긴장 속에 생활했다”며 “고령의 나이에도 가사를 전담했고 A씨를 간병하다 B씨의 건강이 악화에 이른 점을 참작해 A씨는 B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과 재산분할금 3억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혼인 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은 특유재산으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B씨가 혼인기간에 가사노동과 남편의 병간호를 전담했고, 둔촌동 건물의 청소관리를 하거나 A씨의 친형과 장애2급인 조카를 돌보는 등 재산 유지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연주 기자 @juhalo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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