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결혼사실과 두 명의 자녀를 둔 것까지 감추고 연하남과 결혼한 여성의 드라마 같은 14년 간의 ‘사기결혼’이 결국 혼인취소소송으로 막을 내렸다.
2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A(48)씨는 1994년 지인의 소개로 3살 연하의 경찰관인 B씨를 만나 동거하다 1996년 4월 결혼에 골인했다. B씨를 만났을 당시 A씨는 처녀 행세를 했지만, 실제로는 이미 전남편의 잦은 도박으로 별거 중인 두 아이의 엄마였고 전남편과의 협의이혼도 새로운 결혼 한달 전에서야 마무리됐다.
과거를 숨기기 위해 가명까지 쓴 A씨는 B씨를 철저히 속였고, 이 부부는 1998년과 2002년 아이까지 낳는 등 보통의 가정을 꾸리는 듯했다.
그러나 2009년 8월경 B씨는 ‘A씨가 전남편과 1남1녀의 자식을 버리고 당신과 결혼했다’는 투서를 받으면서 아내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A씨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떼어본 B씨는 투서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이혼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B씨는 심지어 동거기간 동안 A씨가 세 차례 임신중절 수술을 한 것과 2002년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둘째 아이가 질식해 숨진 것도 모두 A씨가 과거의 혼인 사실을 숨기려 저지른 일이라고 의심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에 B씨는 A씨를 상대로 결혼의 취소와 위자료 9000만원, 재산분할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며, A씨도 이에 맞서 B씨를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5000만원, 재산분할 등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4부(한숙희 부장판사)는 “A씨의 이혼 전력과 두 명의 자녀까지 둔 점은 B씨가 혼인을 결정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B씨가 이를 미리 알았다면 혼인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는 현행법상 혼인을 취소할 사유에 해당한다”며 혼인취소를 인정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의 적극적인 기망 행위로 B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 혼인관계가 14년간 지속돼 혼인의사결정 과정의 하자가 상당 부분 희석되고 자녀까지 있는 측면을 모두 참작해 A씨가 B씨에게 지급할 위자료를 1000만원으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혼인 기간과 B씨가 가사를 전담하면서 아르바이트 등으로 가계를 도운 점, A씨의 예상 퇴직금 등을 고려했다”며 재산분할 비율은 50대50으로 정했다.
<오연주 기자 @juhalo13> 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