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수학능력시험이 다가온다. 수백만의 수험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는 이날은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의 능력과 조력을 시험받는 날이기도 하다. .
특히, 매년 시험결과에 낙담한 나머지 극단적 선택이나 큰 정신적 충격을 받는 수험생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수험생을 다독이기 위한 부모들의 역할에는 무엇이 있을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송동호 교수와 함께 알아봤다.
▶ 폭식, 수면과다등도 자살의 전조? = 수능시험이라는 스트레스가 큰 시험에서 기대이하의 성적이 나올 경우 실망이 커지면서 크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경우 자살은 대개 우울증 때문인데, 자살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택하는 청소년의 경우, 대부분은 그 이전에 평소 우울증이 있었을 가능성이 많다. 거기에 성적에 대한 실망이 겹쳐서 자살 같은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울증이 있는 학생의 경우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으로 집중력이 떨어져 공부가 잘 안된다. 또 주변 일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말이 없어지고, 행동이 느려지고, 잘 먹으려 하지 않고 그로 인한 체중이 떨어지고, 잠을 잘 못자고, 힘 없어하고 피곤해 하고, 초조해한다. 어떤 청소년들은 다소 비전형적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데, 짜증이나 반항적 태도, 폭력적 행동이나 비행, 무단결석이나 가출, 폭식, 잠을 너무 많이 잠, 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학부모들은 자녀에게서 이러한 모습들이 보이는지의 여부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직접 아이에게 물어 볼 수도 있으나, 대개 거북한 일이기 때문에 어렵다면 정신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할 수 있다.
▶ 낙담한 자녀에게 책망은 절대 금물 = 낙담한 자녀를 격려할때는 먼저 자녀에게 수능 성적을 잘 받지 못한 것으로 인해서 장차 어떤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는지를 물어보고 그 대답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어 수능 성적을 잘 받지 못한 것을 마치 인생 전체를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해 주어야 한다. 자녀가 스스로 의지가 있다면 앞으로 공부 쪽이든, 또는 다른 직업 쪽이든 얼마든지 기회가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성적이 나쁘다고 해서 사랑받고 존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자녀가 생각하도록 하거나 절대 책망해서는 안된다. 비록 시험성적이 나쁘더라도 자녀가 있는 모습 그대로 부모님에게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자녀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공부에 대해 신경 쓰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자녀와 서로 아끼고 존중하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아이와 대화를 많이 갖고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알고 그 의견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부모님과 사이가 좋은 청소년이라면 여간해서 수능시험을 망쳤다고 자살하거나 일탈행동으로 빠지지는 않는다.
<도움말 :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송동호 교수>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