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최근 폭우로 주택이 침수돼 세입자와 집주인들이 시설보수비용 부담 문제를 상담해오는 사례가 늘었다며 주요 상담사례를 3일 공개했다.
김윤규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폭우로 주택이 침수되면서 누가 시설보수비용을 부담할 것인가를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간 분쟁이 늘고 있다”며 “상담 사례를 공개하면 더 많은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주택임대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에 대해 법에 근거해 당사자들에게 조언해주는 주택임대차상담실을 지난 2001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상담실에 따르면, 폭우로 인한 침수나 누수 피해를 입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각각 의무를 다했지만 천재지변으로 불가피하게 피해를 입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피해를 당하는 경우다.
천재지변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구청으로부터 재난지원금을 지원받을 수 있고, 집주인과 세입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천재지변으로 침수 피해 등을 당하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의해 재난지원금을 받게 된다. 물론,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재난구호 및 재난복구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주택 침수시 세대별로 조사해 재난등급(99등급)이면 재난지원금 100만원이 지원된다.
기본적으로 임대목적물의 수선유지 의무는 집주인에게 있다. 민법 제623조에 규정된 사항이다. 그러나 세입자가 재난지원금을 받았으면 그 세입자는 도배나 장판 등 시설 수리를 위해 받은 지원금을 써야한다. 집주인이 피해 복구비용 이외의 용도로 세입자에게 재난지원금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그건 타당하지 않다고 상담실은 안내한다.
예를 들어, 침수 지역의 단독주택 세입자가 구청에서 재난지원금을 받았는데 집주인이 이 중 절반을 줄 것을 요구했다. 이때 집주인은 주택피해 복구 이외의 용도로 재난지원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입자도 집주인과 적정선에서 합의해 재난지원금을 피해 복구 용도로 쓰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주택이 침수돼 재난지원금을 받은 세입자가 마침 임대차 기간이 만료돼 이사를 가려 한다. 이때 집주인이 세입자가 받은 재난지원금으로 도배장판을 해놓고 가라고 요구한다면 세입자는 재난지원금을 받은 범위 내에서 시설보수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세입자는 일부 얼룩은 있으나 도배장판을 할 만큼 상태가 심하지 않아 그냥 참고 살아왔는데 나가면서 도배장판을 할 의무가 있는지 의문이 들겠지만, 집주인 요구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상담실은 세입자가 집주인과 적정선에서 합의하는 편을 권한다.
세입자가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을 경우, 집주인에게 세입자가 입은 피해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지는 그 전에 집주인이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집주인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면 집주인의 책임이다. 세입자는 세입자로서 집에 이상이 있을 경우 집주인에게 고지할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권리를 남용해 지속적인 피해를 발생시키는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일부 책임져야 한다.
먼저 집주인이 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하는 상담 사례다.
4개월 전 이사온 월세 세입자가 최근 비가 많이 오면서 벽에서 물이 흐르고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양동이로 받치며 살 정도가 되어 집주인과 임대차 계약을 해지한 경우,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이사비용과 중개수수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상담실은 민법 제623조에 집주인이 임차목적물을 수선유지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돼 있는데, 벽과 천장에 물이 새는데도 집주인이 이를 방치해 계약을 종료하게 된 것이므로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이사비용과 중개수수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
5개월 전 전세로 이사했는데 이사올 때부터 곰팡이 냄새가 나던 중 이번 침수피해를 입어 방안에 물이 무릎까지 차올라 많은 피해를 겪은 경우에 대해 상담실은 천재지변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까지 집주인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지울 수는 없으며, 만약 애초에 그 집에 구조적 하자가 있었는데 집주인이 이를 방치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세입자가 집주인 대신 책임을 져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문제가 생겼는데 집주인에게 고지하지 않거나, 세입자로서의 권리를 남용하는 경우다.
2층에 사는 세입자에게 1층에 사는 세입자가 이번 폭우로 2층 베란다에서 물이 새서 아래층으로 흘려내리니 고쳐달라고 요구할 경우에 2층 세입자는 민법 제634조에 따라 집주인에게 즉시 이 상황을 알려야 한다. 만약 알리지 않고 방치하다 1층 세입자가 지속적인 피해를 입게 되면 2층 세입자가 그 피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아래층 집주인이 위층 집주인에게 위층에서 물이 새 아래층 세입자로부터 고쳐달라는 요청이 빗발쳐 위층 수리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때 위층 세입자가 자기는 불편한 게 없으니 나중에 고치라며 공사에 협조하지 않다가 아래층에 지속적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권리를 남용한 위층 세입자에게 일부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
<김수한 기자 @soohank2>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