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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車 침수에 울고 정비소서 또 울고
운전자들 대부분 보험처리…정비업체선 시간 걸리고 수리비 다 못받아 기피대상
물폭탄 사태로 침수 피해를 본 차량 운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주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 차량은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지난 1일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차량만 1만대를 넘어섰다. 보험사 자기차량손해보상에 가입돼 있지 않은 침수 차량까지 포함한다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차량에 대한 사후 수리ㆍ처리 과정에서 정비업체들의 빗나간 상혼이 피해자들의 속을 끓게 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역 근처 회사에 출근하던 직장인 A 씨는 자신의 2008년형 ‘프라이드’ 승용차가 침수되는 사고를 당했다. A 씨의 차는 다행히도 엔진까지는 완전히 침수되지는 않은, 이른바 ‘반침수’ 차량으로 분류됐다. 보험사로부터는 견적 100만원가량이면 수리 복구가 가능할 것이라는 말을 전해들었다.

보험 처리까지 가능하다는 말에 침수로 인한 상심을 가다듬고 있던 A 씨는 이내 어딜 가도 자신의 차를 수리해줄 곳이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이미 기아차 서비스센터는 넘쳐나는 침수차들로 포화 상태여서 인근 사설 정비업체로 발길을 돌렸지만, 이들 업체는 마치 담합이라도 한 듯 A 씨의 차를 맡으려 하지 않았다.

이유는 작업 소요시간 대비 이윤이 떨어지기 때문. 침수 차량은 하체를 모두 해체해 전선 하나까지도 일일이 닦고 말리고 흙먼지를 털어내 다시 조립해야 해 짧게는 사흘, 길게는 닷새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정비업체 입장에서는 하루당 20만~30만원밖에 수익을 낼 수 없는 기피 대상인 셈이었다.

강남구 논현동의 B 정비업체 관계자는 “판금ㆍ도색ㆍ범퍼 교체 같은 일 처리도 쉽고 작업도 빨리 끝나 회전율이 높은 차량을 선호한다”며 “시간만 빼앗는 침수 차량보다는 일반 사고 차량을 받고 싶은 게 솔직한 속내”라고 말했다.

인근 C 정비업체 관계자 역시 “침수 차량 대부분은 보험사를 이용하기 때문에 정비업체 입장에서는 수리비를 다 받기 껄끄러운 보험사를 상대하느니 일반 사고 수리를 하는 개인 고객들을 상대하려 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중고차업계도 문제가 시급하다. 수천대의 침수 차량이 정비를 거쳐 대거 중고차 시장으로도 풀릴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험 처리가 안 되는 차량의 경우 사설 정비공장에서 기본 정비만 마치고 정비 이력을 ‘세탁’해 중고차 시장에 나오기도 한다.

또 보험 처리가 가능한 차량도 침수 피해가 심한 경우 차주가 수리를 포기, 보험사에 넘겨 중고차업체나 고철업체로 넘어간다. 이런 작업은 보험개발원의 ‘카히스토리’ 웹 사이트를 통해서도 침수 기록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 중고차 소비자들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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