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햇살이 비친 2일 오후 12시50분경,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유람선에는 인파가 몰렸다. 내내 물폭탄을 쏟아붓던 하늘이 개면서 휴가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이 강바람을 즐기며 배가 마포대교 인근을 지날 때 쯤, 배 위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탑승객들 사이에서는 “저거 사람이지? 저거 사람아냐?”는 소리에 뒤이어 갑자기 “아아아악!!”하는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변사체가 발견된 것이다.
사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것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들이 조심조심 다가와 시신을 건져 경찰에 인계했다. 이날 하루동안만 해도 이 시신을 포함, 총 2건의 변사체가 한강서 발견됐다.
3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비가 그치기 시작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한강에는 총 3건의 변사체가 떠올랐다. 지난 7월 한달동안 발견된 변사체는 21건. 올해 한강에서 나타난 변사체 106건중 22.6%의 변사체가 장마 및 2차 물폭탄등으로 몸살을 앓은 지난 33일간 사이에 집중됐다.
이처럼 비가 그친 후 한강둔치에는 물에 퉁툴불은 변사체가 하나둘씩 발견돼 조깅을 하는 사람이나 데이트를 하는 연인, 나들이를 온 가족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왜 이렇게 비가 온 뒤에는 변사체가 한강에 떠오른 것일까.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비가 많이 오고 난 뒤에는 안보이던 시신들이 잘 보이게 되는 효과도 있고 불어난 물이 빠지면서 한강 둔치에 변사체가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에 변사체가 떠오를 경우엔 119에 신고하면 수난 구조대가 출동한다. 119 구조대원들은 산사람뿐 아니라 죽은 사람을 건져내는것도 중요한 업무다. 이들이 시신을 대하는 마음은 어떨가. 수난구조대 관계자는 “둔치 등에 사체가 떠오르면 가슴이 아프다”면서 ”우리는 생존자와 마찬가지 심정으로 변사자 사체를 수습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시신은 물에 불어 쉽게 손상돼 살 한점 떨어질까 봐 옷만 끌고 가는 등 조심조심 변사체를 다루고 있다“며 “구조대원들도 사람인지라 험한 시신을 보면 정신적 외상 등이 남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시신을 보지 않으며 끌어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 @gooo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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