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 승격 첫 울릉경비대장 유단희
“보직 공모를 보는 순간, 숙명적으로 제가 가야 할 자리라고 생각했습니다.”새로운 울릉경비대장으로 임용된 유단희(53) 경정은 당당히 말했다. 최근 일본이 방위백서에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자민당 의원들이 울릉도를 통해 독도 입도를 시도하는 등 일본의 도발 행동이 지속되는 터라 울릉경비대장의 책임이 더욱 막중해진 상황. 유 경정은 “30여년 경찰 생활을 하며 국가로부터 많은 걸 얻었다. 이젠 조국을 위해 우리 땅 독도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청장 조현오)은 독도 영토 수호 의지를 표명하고 경비ㆍ작전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3일 울릉경비대장과 독도경비대장을 선발해 정식 임용했다. 울릉경비대장은 경감에서 경정으로, 독도경비대장은 경위에서 경감으로 직급을 높였고, 독도경비대장은 한 명에서 네 명으로 늘리는 등 규모도 확대했다. 이날 유 경정을 비롯한 5명의 경찰은 한반도 최동단에서 독도 수호를 위한 파수꾼의 임무를 시작하게 됐다.
앞서 2일 오후 서울 혜화경찰서 집무실에서 만난 유 경정은 “다른 건 몰라도 이번 일은 내가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유는 대대로 바다를 지켜온 무관을 배출했던 가문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과 함께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충경공 유형 장군의 직계 후손이다. 유형 장군뿐 아니라 조상 대부분이 ‘삼도수문통제사’ 등을 역임하며 조국의 바다를 지키는 데에 평생을 바쳤다.
지난달 22일 울릉경비대장 공모 공지사항을 확인하고 유 경정은 무릎을 쳤다. 그는 “우리 조상도 왜적을 물리친 분들이었다. 그분들의 후손으로서 이제 뭔가 조국을 위해 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론 반대도 많았다. 우선 아내가 가장 반대했다. 연고도 없고, 지방 근무를 마치고 서울에 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가족과 1년 이상을 또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것이 싫어서였다. 하지만 “이제 정년까지 6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나라로부터 받은 은혜를 다시 되돌려주고 싶다”는 진정 어린 설득이 아내의 마음을 움직였고, 유 경정과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그의 각오도 남다르다. 유 경정은 “독도 문제를 놓고 일본에 비해 우리 정부와 경찰은 너무 신중하고 소극적이었다. 우리도 지금보다 힘을 강화해야 한다”며 “일본 극우 세력이 울릉도나 독도에 입도하려 할 경우 기본과 원칙에 의해 상부 지침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국토 수호를 위해 어떤 종류의 침탈행위도 묵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