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휘발유 ℓ당 1950원
2011년 1952원 겨우 2원차이
국제유가는 떨어졌는데
국내 기름값은 역주행
유류세는 ℓ당 737.36에서
현재 820.48원 큰 차이
정부세금만 배불린 꼴
유류세 인하 주장 설득력
이상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던 2008년과 지금 어떻게 주유소의 기름값이 같을 수 있을까. 2008년에는 국제유가가 무섭게 치솟던 때다.
반면 지금은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2008년과 같은 무차별적인 패닉 상태는 아니다.
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3년 전인 2008년 7월 16일 두바이원유는 배럴당 136.09달러를 기록했지만 2011년 8월 2일엔 109.98달러로 당시에 비하면 81% 수준이다.
서울지역 휘발유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고, 전국 평균 가격도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소비자는 유류세를 당장 내리고 시장 유통마진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최고가인 강남의 한 주유소(왼쪽)와 최저가인 광진구의 한 주유소.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하지만 현재 국내 기름값은 2008년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2008년 7월 16일 국내 휘발유 평균가는 ℓ당 1950.02원을 기록하며 당시 최고치를 돌파했다. 지난 2일 휘발유 평균가도 1952.44원으로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지만 당시와 비교하면 겨우 2원여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원가라고 할 수 있는 두바이원유가와 제품가격인 국내 휘발유가격의 차액 19%는 누가 먹은 것일까. 혹시 정유사가 마진을 대폭 늘린 탓에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일까.
정부와 정유사의 설명을 들어보면 상황은 그렇지 않다. 원유에도 시장이 있듯이 제품인 휘발유에도 시장이 있다.
국제 휘발유제품의 시장가격을 비교해보면 국제 휘발유제품은 당시에는 배럴당 139.26달러, 지금은 123.8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약 11% 정도의 차이다.
여기에다 당시 1005원이었던 환율과 지금의 1050원을 적용하면 이 차이는 또 5∼6% 정도로 줄어든다. 결국 정유사와 주유소가 마진을 늘리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원유가와 제품가격의 차이인 20% 이상을 모두 마진으로 먹어치우지 않은 것만은 어느 정도 확인된다. 실제로 정유사인 에쓰오일의 2분기 매출액은 8조258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7.7%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2418억원으로 62.7%나 급감했다.
한편 2008년과 2011년을 비교할 때 커다란 차이점 중 하나는 유류세다. 당시에는 유류세 인하를 결정하면서 ℓ당 737.26원을 세금으로 낸 데 비해 지금은 820.48원을 내고 있다. 원래 내야 하는 세금을 당시에는 깎아줬던 것이니 올랐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단순 비교하면 약 10% 정도가 오른 셈이다.
결국 정부 세금의 변화, 정유사와 주유소의 마진에서 이 같은 차액이 메워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다시 한 번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불법 유사석유 특별단속을 통해 지난달 석유제품 판매가 10% 증가했고 세수가 2300억원 늘어났다. 이 세수 증가분만큼만 유류세를 내리면 된다. 휘발유는 ℓ당 120원, 경유는 80원씩 세금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웅ㆍ홍승완 기자/goa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