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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 기름값’ 잡기…유류세 카드 안 꺼내나 못 꺼내나
인하해도 서민 체감 못하고

부자들만 효과 볼듯

석유수입 증가 우려 목소리

정부“ 되레 세수만 감소”


업계에만 부담 지우고

정부는 기름값 뒷짐만

전국평균 2000원 돌파 눈앞

특단의 대책 이젠 내려야

“기름값을 잡기 위해선 결국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는 견해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정부는 유류세 인하 카드를 쉽사리 손에 쥐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처간에도 이견이 엇갈리고 있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정유사와 주유소에 대한 단속만으로는 기름값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유류세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곳간지기인 재정부는 좀 다르다. 재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주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유류세 인하가 가져올 효과에 비해 들여야 할 비용이 만만치않다는 의미다.

지난해 유류세로 걷은 세수만 18조4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가 820.45원임을 감안하면, 만약 유류세를 50원만 낮춰도 1조원이 넘는 세수가 줄어든다.

재정건전성이 경제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시기에 1조는 적지 않은 액수다. 특히 내년에는 각종 복지관련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부담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전체 휘발유 가격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10%이상 낮아졌다”면서 “국제유가의 강세가 일시적인 것인 것이 아닌 상황에서 유류세를 인하해 봤자 서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세수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재부에서도 최소 유가가 130∼140달러는 돼야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국제유가가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 2008년 3월10일 유류세 10%를 인하했었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유가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유지한 데다, 인하 폭이 크지 않아 소비자들은 그 효과를 별로 체감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세수만 크게 줄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가 오히려 석유수입 증가로 이어지고 소비를 늘리기 때문에 정부의 에너지 절약 정책과 반대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봤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것에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물론 정부의 역할도 있지만, 에너지 절감이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유류세 인하의 역진세적 특성도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유류세를 낮출 경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고, 연비가 떨어지는 대형차를 사용하는, 기름을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 그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정유업계와 시민단체들은 이제 기름값 고공행진을 멈추기 위해서는 유류세 인하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입장이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 석유감시단은 유류세 탄력세율을 마이너스 11.37%로 적용할 경우 휘발유 가격이 ℓ당 152원 떨어지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유업계는 원유를 수입할 때 부과되는 석유수입부과금을 없애고 현행 3%인 할당관세를 0%로 하면 각각 ℓ당 16원, 21원의 인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유류세 인하에 난색인 기재부 안에서도 이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최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2000원을 마지노선으로 삼아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방침임을 시사한 바 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안주유소 도입, 마트 주유소 확대 등이 현실적으로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점도 유류세 인하 요구를 부추기고 있다. 대안주유소와 마트 주유소는 막대한 투자비용 등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박지웅ㆍ홍승완 기자/goa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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