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선임병 열외’등 가혹행위를 당하다 자살한 현역병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1부(김주현 부장판사)는 휴가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역병 장모씨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을 깨고 “국가가 5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장씨에 대한 선임ㆍ동료 병사의 폭언·폭행 및 이에 대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소속 지휘관들의 직무태만 행위와 장씨의 자살 사이에 인과관계가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장씨도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본인의 과실도 자살의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며 국가의 책임을 15%로 제한했다.
장씨는 2008년 5월 육군에 입대한 뒤 같은 해 7월 보병 25사단 소속 모 부대에 배치돼 유탄수로 복무했다. 그러나 장씨는 내성적이고 체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선임병과 동료 사병으로부터 구타ㆍ폭언ㆍ선임병 열외를 당하던 중, 이듬해 3월 정기휴가를 나왔다가 거주지 아파트 발코니에서 떨어져 숨졌다.
장씨는 부대전입 당시 ‘체력 저조에 의한 복무 부적응’을 이유로 C급 관리대상 병사로 분류됐지만, 지휘관들은 장씨가 군 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움을 주거나 부대원을 지휘하는 등의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장씨 가족은 소속부대 동료와 지휘관에게 자살의 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3억20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1심 재판부는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폭언·폭행과 집단적인 따돌림이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오연주 기자 @juhalo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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