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경훈)는 전환가액이 고정된 전환사채(일명 황금전환사채)를 발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로 코스닥 상장 K사의 회장 A(59)씨와 대표 B(47)씨를 구속기속했다고 3일 밝혔다.

또한 회사의 분식회계를 묵인하는 조건으로 황금전환사채를 인수받아 1억4000만원의 이득을 취한 혐의(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위반)로 회계사 C(58)씨를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카드리더기 제조회사의 경영진인 이들은 미리 감자계획을 세운 뒤 2008년 4~5월 두 차례에 걸쳐 전환가액이 고정된 19억9000만원의 전환사채를 자신들과 측근에게만 제3자배정하는 방식으로 발행한 뒤, 같은해 5월 17일에 30대1의 감자를 실시, 전환사채 가치와 전환가액의 차액인 109억원의 손해를 회사에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먼저 전환사채 인수대금을 전액 납입한 다음 일반공모 방식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한 후 즉시 선착순 배정으로 인수자를 결정한다고 수정 공시하는 방법으로 일반투자자들의 전환사채 인수 기회를 박탈하는 한편, 사실상 제3자배정 방식으로 자신들과 측근들에게만 전환사채를 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감자 이후 7월 16일 주가가 3455원이었으나, 이들은 전환사채를 이미 각각 320원, 500원으로 고정된 전환가격으로 배당받아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그대로 매각해 이익을 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황금전환사채는 자본감소의 경우에도 전환가격이 변하지 않도록 고정된 것으로서 회사가 감자할 경우 전환사채 소지자는 감자 후 전환권을 행사함으로써 저가에 주식을 인수할 수 있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회사의 지배구조도 변경시킬 수 있음에도 종전까지는 편법으로 주주우선배정 또는 일반공모 방식으로 발행하면서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어 제재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검찰 관계자는 “경영진이 사전에 감자계획을 세운 다음 일반공모를 가장한 제3자배정 방법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함으로써 경영진들을 최초로 배임죄로 구속기소한 사건”이라며 “분식회계를 감시해야할 감사인이 분식회계를 묵인하고, 나아가 분식을 제안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하고 그 대가로 재산상 이득을 취하는 등 감사인의 모럴해저드를 적발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같은 편법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2010년 11월 증권발행규정을 개정해 전환사채 발행 후 감자로 인해 식 기준가격이 올랐을 때에는 원칙적으로 전환가격을 감자비율만큼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회사 경영진은 회사 자금 25억원을 각종 대여금, 자문료 명목 등 개인 용도로 인출해 횡령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이태형기자 @vmfhapxpdntm>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