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발표한 7월 외국인 국내투자동향을 보면 헤지펀드의 본산으로 알려진 케이만아일랜드만 2584억원을 순매도 했다. 올 들어 연간순매도 규모만도 1조4331억원에 달해, 영국(4조6130억원)에 이어 2위다. 지난 해에도 6084억원을 팔아치워 영국(-3조1223억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영국 역시 헤지펀드의 주활동무대라는 점에서 상당부분 헤지펀드 자금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일 급락장에서 공매도 금액상위종목와 대차찬고 상위 종목 중 지난 주까지 주가흐름이 좋던 삼성전기와 현대ㆍ기아차 등이 상위에 포함 된 점이 눈에 띈다. 많이 오른 만큼 공매도 매력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종목은 모두 2일 시장대비 낙폭이 더 컸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운용사 대표는 “자문형랩 등 국내 기관이 어떤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지 뻔히 다 알려진 터에, 미국발 불안감까지 겹치니 그 동안 많이 오른 종목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건 당연하다. 국내 자금이 이를 충분히 받아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주가급락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본지 7월27일자 19면 ‘외국인 공매도 공격…내 자문형랩 괜찮나’ 참조>
국내에서 유럽자금의 이탈을 부추기는 유럽재정위기에도 헤지펀드의 ‘활약’이 의심되고 있다. 지난 달 중순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공매도가 이뤄진 직후 당시 다음 공격지로 스페인이 공공연하게 거래됐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미국의 경기우려가 커진 시점인 금주 초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금리 및 신용부도스왑(CDS)가 급등했다. 이탈리아의 긴축안이 통과된 이후 유럽 국채만기 관련 이슈는 잦아든 상황이다. 결국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급등했다는 자체가 악재가 된 셈이다. 헤지펀드로서는 국채 공매도후 재매수를 통한 수익전략도 가능하지만, 독일 국채와의 금리차(spread)가 사상 최대폭으로 벌어진 것을 이용한 차익거래 기회 역시 가능하게 된 셈이다.<본지 7월14일자 19면 ‘유럽위기 조기수습 불가 판단 공격베팅’, 7월20일자 19면 ‘변동성 이용 헤지펀드 기승’ 참조>
한편 베롤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도 3일(현지시간) 하원 연설에서 “채권시장의 혼란은 투기세력과 약화된 국제신인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헤지펀드를 주범으로 지목했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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