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 장성 출신자들이 외국 군수업체에 군사기밀을 유출하고 돈을 받아 챙기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지만 재판에 넘겨진 이들이 실형을 받은 사례는 최근 6년간 전무(全無)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선 엄중한 처벌과 함께 이른바 ‘전군(前軍)예우’를 막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대법원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올해까지 6년여 동안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자는 50여명에 달한다. 육·해·공군 관계자가 망라돼 있으며 방위사업청 등에서 군수 정보 작전 분야에 몸담았다가 예편한 뒤 신무기 도입 관련 기밀을 돈을 받고 유출했다. 그러나 이들 50여명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아 철창행을 면했다.
공군소장으로 예편한 뒤 스웨덴 사브사에 군사 2~3급 기밀인 ‘합동군사전략 목표 기획서’ 의 일부(특정 미사일 도입 시기와 개수 등)를 빼낸 김모 씨가 올해 3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군 출신들은 현직에서 물러나면 경제부처 공무원들과 달리 취업에 제한을 받지 않아 비리에 연루될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이 거세다. 장성으로 예편한 인사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하면 기밀에 비교적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를 노리고 외국 군수업체가 뒷돈을 주며 핵심 정보를 빼내는 비리 사슬이 구축되는 것. 상황이 이런데도 군 당국의 현실 인식은 안이하다. 군 관계자는 “전역한 지 오래돼 민간인 신분으로 저지른 기밀 유출 사건이 최근 검찰 등의 수사로 적발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는 이런 수법으로 2004년~지난해 초까지 공군 무기 구매 계획 등 20여건의 군사기밀을 빼내 12차례에 걸쳐 미국 록히드마틴사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는 김상태(81) 전 공군참모 총장과 공범인 예비역 공군 대령 이모 씨, 예비역 공군 상사 송모 씨를 불구속기소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