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휴가길 카풀·LPG車 렌트…데이트 버스·지하철로 뚜벅뚜벅
연일 최고가 기름값에 대처하는 서민들의 모습
올 바캉스 피크 고속도 이용차량

작년 같은기간 비해 56만대 줄어

기름값 할인 쿠폰 판매도 불티


출퇴근·시장갈때 대중교통 이용

한낮에도 아파트 주차장 만원



기름값이 겁을 상실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국제유가는 떨어지는데 무슨 일인지 국내 기름값은 상승세다.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고 있다. 고물가에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시민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자가용족이 늘기 시작했다. 그 탓에 아파트단지 내 주차장은 낮에도 만원이다. ‘카풀(자동차 함께 타기)’ 휴가족도 탄생했다. 서울 교외로 드라이브 데이트를 떠나던 연인들은 버스,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내 데이트를 즐긴다.

▶치솟은 기름값에 휴가도 “카풀하실 분~ 1인당 1만5000원!”=치솟는 기름값에 카풀로 휴가지로 떠나는 휴가 카풀족도 등장했다. 네이버 카페 ‘레몬테라스’와 ‘맘스홀릭’ 등에서는 휴가 출발 전 카풀을 제안하는 글이 올라와 수십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아예 승용차는 두고 렌터카로 휴가를 떠나는 바캉스족도 늘고 있다. 친구, 가족과 함께 강원도 속초로 동반 가족여행을 떠날 예정인 직장인 박성원(38) 씨는 “속초까지 승용차로 가면 톨게이트비까지 6만원가량 든다”면서 “승용차 두 대로 가느니, 차라리 승합차 한 대를 렌트해서 가는 게 저렴해 올해 휴가는 렌터카로 갈 예정이다. LPG 승합차를 예약했다”고 말했다. 이런 영향으로 대구 등 지방 렌터카업체들의 올해 예약률은 작년 대비 20~3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휴가가 ‘카풀’과 ‘렌트’ 등으로 ‘휴가 함께 가기’ 바람이 불면서 고속도로의 차량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4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9일~8월 2일 2040만1000대였던 휴가철 고속도로 통행 차량은 올해 같은 기간 1983만6000대로, 56만5000여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커머스 시장에서는 기름값 할인 쿠폰이 인기다. 최저 10%에서 최대 30~40%까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 지난 7월 18일 그루폰에서는 30만원짜리 에쓰-오일 주유권을 11% 할인한 26만7000원에 판매해 히트를 쳤다.

승용차를 가져갈 수밖에 없는 바캉스족은 대신 숙박비와 식비를 줄이기도 한다. 서울 사당동에 사는 주부 오영실(45) 씨는 “올해는 기름값과 식품물가가 너무 급등해 대신 숙박비를 줄였다”면서 “단독 펜션 대신 민박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차는 주차장에, 데이트는 지하철 따라=회사원 이모(28ㆍ경기도 수원) 씨는 얼마 전부터 일명 ‘뚜벅이 데이트’를 즐긴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며 서울시내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식이다.

사실 지난해까진 이렇지 않았다. 취업하며 아버지가 몰던 중형차를 물려받은 이 씨는 데이트가 있을 때면 차를 몰고 서울 노원구에 사는 여자친구를 데리러 갔고, 서울 교외로 나가 드라이브를 즐기곤 했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꾸준히 오르던 기름값은 점점 부담이 됐다. 요즘 이 씨는 여자친구 집 앞에 주차한 후 대중교통을 이용해 데이트를 즐긴 뒤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다 주고 차를 몰아 집에 돌아오곤 한다.

이 씨는 “직장 때문에 자취를 하고 있는 터라 생활비가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나간다. 그런데 기름값까지 오르니 감당이 안 된다. 예전처럼 차를 타고 데이트를 즐기기에는 비용 부담이 너무 커서 요즘은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출퇴근길 운전도 부담이 되는 자동차족의 대중교통이 크게 증가하면서 아파트단지 주차장은 한낮에도 만차다.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S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은 주차할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차가 가득 차 있었다. 퇴근시간 한참 전인 오후 3~4시께였지만 200여대가 주차할 수 있는 지하주차장에 빈자리는 고작 20여개에 불과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 최모(71) 씨는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 예전에는 사모님들이 시장 갈 때도 차를 끌고다니곤 했지만 요즘은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며 “나도 이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예전에는 걸어 다녀도 충분한 거리임에도 차를 끌고 다녔지만 지금은 평소보다 5~10분 서둘러 나와 걸어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전문기관 트렌드모니터(www.trendmonitor.co.kr)가 최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 행태 변화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4.2%가 개인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이 중 58.1%가 예전보다 차량 이용을 줄였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퇴근 상황(30.2%)에서의 차량 운행 감소가 가장 많았다.

대중교통 이용객 수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었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기름값이 오르기 시작한 지난 3~6월 버스ㆍ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비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9~3.1%가량 증가했다. 올해 6월의 경우 버스 이용객 수는 654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48만5000명)에 비해 0.9%, 지하철은 554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44만4000명)보다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현ㆍ황혜진ㆍ박수진ㆍ박병국 기자/sjp10@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