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산사태로 3명이 사망한 래미안 방배아트힐 아파트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서울시와 관할구청이 관리ㆍ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며 소송까지 진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인근 성뒤마을 주민들은 일단 피해보상 지원책 등 상황을 지켜 보며 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관련기관으로부터 어떠한 얘기도 들은 바 없다며 자신들이 소외된 것 같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3일 오후에 찾은 성뒤마을도 여전히 복구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군인 10여명과 포크레인 2대가 토사와 가재도구가 뒤엉킨 거대한 흙더미를 치우고 있었다. 산 윗부분에는 추가 산사태를 막기 위해 방수포를 덮고 있었다.
구청직원들이 우면산 뒷산에 추가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비닐을 덮고 있다. |
6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슬레이트로 된 판자촌 마을에도 27일 폭우가 솓아지면서 다음날 김모(여ㆍ67)씨가 자신의 집에서 200m 떨어진 곳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씨가 살던 집은 토사가 쓸고 내려가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사망한 김씨의 딸 함모(40)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서초구에서 일손이 딸려 지원인력이 못 오고 동작구에서 왔다”며 “그마저 지원이 늦어지면서 동네 골재회사 포크레인 차량을 빌려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함씨는 “길건너 아파트는 오전부터 수십명이 도로 복구작업을 해서 정오가 되기 전에 깔끔하게 정리되던데 몇 발자국 안 떨어진 우리 동네는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말뿐이다”고 어느새 격앙된 목소리로 변했다.
구청에서 지원한 포크레인이 쓸려내려간 집터에서 나뭇가지와 가재도구 등이 쌓인 흙더미를 치우고 있다. |
주민 봉명호(46)씨도 “장마 시작 전에 기사(본지 6월 21일자)가 나가고 구청에서 몇명 나와서 물고랑 낼 수 있는 자재 6개를 갖다주고, 뒷산 흙이 쓸려 내려오지 말라고 지지대 만들어 준 것이 전부다”며 관계기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봉씨는 “어제 오늘 구청에서 상황을 보고 가긴 했는데, 피해상태가 너무 심해 손대기 어렵다는 얘기만 돌아왔다”며 “앞으로 비가 더 올까봐 걱정이어서 밤마다 나와서 순찰을 돌고 빗줄기가 굵어지면 밤새 물길을 내다 보니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다”고 고난함을 호소했다.
이번 산사태로 피해주민들의 정신적 피해에 경중을 따지기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인근 아파트에 쏠린 관심이 성뒤마을 주민들을 씁쓸하게 한다. 당장 구청은 재난지원금으로 가구당 1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영세 상가나 점포, 그리고 주택의 피해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실사를 거쳐 지급이 된다. 그러나 성뒤마을은 무허가 건물이 대부분이어어서 침수피해를 입었어도 마땅한 지원책이 없는 실정이다.
군인들이 추가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쌓아 올리고 쓸려 내려온 토사를 정리하고 있다. |
구청 관계자는 “동 차원에서 피해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성뒤마을 주민들에 대해서는 피해신고도 없는 상태이며, 무허가 건물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신고를 하더라도 복구비 지급은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이태형ㆍ이자영 기자@vmfhapxpdntm>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