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으로 통치자금 공급도
북한의 20대 초반 젊은 컴퓨터 영재가 해커로 변신, 남한 청소년이 즐겨하는 온라인 게임을 사냥했다. 이들은 리니지ㆍ메이플스토리ㆍ던전앤파이터 등 국내 유명 온라인 게임 해킹 프로그램을 불법 제작ㆍ유포해 수십억원의 수익을 챙겨 북한에 보냈다.
범행에 가담한 해커는 북한 당국이 정책적으로 키운 젊고 유능한 최고 실력자로 알려졌다. 이번에 사용한 해킹 수법은 지난해 한국 주요 기관 홈페이지를 올스톱시켰던 디도스(DDos) 테러도 가능한 수준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북한의 IT 능력이 상상 이상이고, 해커부대가 중국 등지에서 활동하면서 언제든 사이버 남침을 감행할 수 있는 점은 충격적이다. 제2, 3의 디도스 테러와 농협 전산망 해킹은 언제든 재발 가능한 셈이다.
지난 4일 경찰에 적발된 북한 ‘해커부대’는 최근 2년 동안 국내 조직과 손잡고 중국 헤이룽장(黑龍江)과 랴오닝(遼寧) 등지의 작업장에서 국내 온라인 게임 서버를 해킹해 자동으로 아이템을 수집하는 ‘오토프로그램’을 제작ㆍ배포했고, 1인당 매월 500달러씩 북한당국에 바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추산한 해킹을 통한 외화벌이 전문인력은 1만여명으로, 매달 500만달러씩 북한에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속된 오토프로그램 제작ㆍ공급총책 피의자 등에 따르면 함께 일한 김이철(23) 등 북한 전문가는 30여명으로 모두 북한 최고 명문대인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대학 출신이다. 이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조성, 공급해온 소위 39호실 산하기관인 조선릉라도무역총회사의 8번째 상사인 릉라도정보쎈터와 북한 내각 직속 산하기업인 조선콤퓨터쎈터(KCC)에서 근무하는 해커였다.
정보기관과 탈북자 등에 따르면 북한의 예비 해커는 평양과 금성의 제1, 2중학교 졸업생으로 상위 0.001%의 영재 중에서 선발된다. 컴퓨터 분야만 2년 동안 집중적으로 교육받고 김일성대나 김책공대의 컴퓨터 관련 전공으로 배치되며 부모를 평양에 살게 해주는 특혜와 함께 대학에서도 우수한 실력을 인정받으면 2년 만에 졸업한다.
일부 탈북자 증언에 따르면 북 정찰총국 산하에만 최대 3000명에 달하는 사이버 공격 조직이 북한은 물론 중국 전역에서 활동하며, ‘인력초청’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언제든 남한에 직접 침투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 경찰이 적발한 오토프로그램를 통한 국내외 전체의 범죄수익 규모가 약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언제든 천문학적인 범죄수익 일부가 곧장 북으로 반입될 수 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