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실한 원불교 신도로 원불교를 수십년째 후원해온 이 회장 부부는 원불교의 해외 포교사업에 쓰라며 지난 2년간 총120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불교는 이 기부금으로 미국 뉴욕주 컬럼비아 카운티 클래버랙에 426에이커(약 52만평)규모의 원 달마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뉴욕 허드슨강 상류에 위치한 이 센터는 오는 10월21일 정식 개원할 예정으로, 대규모 명상홀과 6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등이 들어선다.
이건희 회장 부부가 원불교를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것은 홍라희 관장의 부친인 고(故)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의 영향이 컸다. 홍진기 회장 부부는 집안에 원불교 법당까지 만들고 수행할 정도로 독실한 원불교도였다. 이에 영향을 받고 자란 홍라희 여사는 결혼 후 남편 이 회장까지도 원불교 신도가 되게 했다.
한편 원불교측은 오는 2016년 ‘원불교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에서 발원한 원불교 사상을 세계에 널리 전파하기 위해 뉴욕에 선교센터를 건립하기로 하고, 지난 2007년 뉴욕주 컬럼비아 카운티의 대규모 나대지를 250만달러에 매입한 바 있다. 낡은 주택 1채가 들어선 이 나대지는 올들어 재산세 부과를 위한 뉴욕주 세무당국 조사에서 228만달러로 평가된바 있다.
원불교(圓佛敎)는 지난 1916년 소태산(少太山) 박중빈(朴重彬)이 창시한 한국의 신 불교로, 일원상(一圓相, O의 모양)의 진리와 함께 불교의 생활화, 대중화, 시대화를 추구하는 종교다. 우주의 근본원리인 일원상의 진리를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삼으며, 진리적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통해 낙원세계를 실현시키려는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 현재 전북 익산에 총본부 본관이 있다.
홍라희 관장은 이번 해외 선교센터 건립 이전에도 원불교를 지속적으로 후원해왔다. 원불교의 최대 후원자로, 원불교 교세 확장을 든든히 뒷받침해주는 큰 버팀목인 셈. 특히 ‘한국의 마더 테레사’라 불리는 원불교의 박청수 원로교무(여,75)와는 30여년 넘게 교유해왔다. 박 교무는 "1980년초 홍 관장으로부터 강연요청을 받고, 성 나자로 마을을 돕는 이야기를 했더니 직접 가겠다고 나섰다"며 "30년째 나자로마을을 매년 찾고 있는데 나환자의 손도 덥석덥석 잡고 그런다”고 전했다.
이런 인연 때문에 원불교측은 삼성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 2008년 삼성에 대한 특검이 이어지자 원불교 원로위원 45명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이 되게 배려를 해달라며” 특검 수사를 자제해 달라는 청원서를 특별검사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삼성은 국가 성장동력의 중심축을 이룬 세계적인 기업으로, 국민들에게 큰 자긍심을 갖게 해 줬다. 허물이 있다면 더 크게 보은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호소한바 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