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과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데 이어 한국 증시도 연쇄 폭락하면서 ‘검은 금요일’이 연출됐다. 향후 증시를 비관한 국내외 투자자들이 주식을 일단 내다 팔고보자는 투매심리가 확산되면서 증시가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아시아 증시 역시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나흘간 코스피는 2172에서 1943으로 229포인트 수직 낙하하면서 지수 2000선이 힘없이 무너져 이제 1900선마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흘간 시가총액 129조원이 날아갔다. 삼성전자 시가총액 만큼의 자산이 공중분해된 것이다.
5일 서울 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개장초부터 폭락세로 출발해 이렇다할 반등 없이 약세를 지속, 전일보다 74.72포인트(3.70%) 떨어진 1943.75로 마감됐다. 지난 3월15일 일본 대지진 이후 기록한 연중 최저치 1923.9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시가총액은 1097조원으로 지난 1일 1225조원에 비해 129조원이 줄었다. 나흘간 줄어든 규모로는 2008년 10월 21~24일(136조원)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 역시 26.52포인트(5.08%) 떨어진 495.55에 마감되면서 500선이 붕괴됐다. 5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14일 이후 20일 만에 처음이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046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42억원의 순매도를 기록, 나흘 연속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나흘간 외국인이 국내증시에서 팔아치운 주식은 2조원을 넘어 외국인의 엑소더스가 증시를 짓누르는 양상이었다.
아시아 증시도 동반 폭락세를 보였다. 일본 증시는 이날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약 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대만과 홍콩 증시는 5% 이상 폭락하며 패닉상태에 빠졌다. 일단 팔아치우고 소나기는 피해가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일본의 닛케이(日經)평균주가지수는 전일대비 3.72% 하락한 9299.88 포인트로, 토픽스(TOPIX)지수는 3.07% 내린 800.96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중국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57.62포인트(2.15%) 하락한 2626.42로, 2600선이 위협받고 있다.
대만과 홍콩 증시는 개장초 부터 약세를 지속하면서 5% 이상 폭락했다. 대만증시의 가권지수는 464.14포인트(5.58%) 내린 7853.13으로 마감돼 아시아 지역 증시 가운데 최대 낙폭을 보였고 홍콩 항셍지수도 5.15% 폭락한 20,756.74에 머물렀다.
호주의 S&P/ASX200 지수도 전일보다 171.10포인트 내린 4105.4에 머무르며 4%의 폭락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1년 3개월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증시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미국 경기의 더블딥 및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등 악재가 이어져 하락세가 나타났다며, 이러한 불안 양상이 쉽게 진정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최근의 주가 폭락에 따른 반등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현재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악재가 쉽게 해소되기 힘든 만큼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더구나 이번 금융불안이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당분간 보수적 투자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