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8일(현지시각) 공개적으로 ‘일본해(Sea of Japan)’ 단독표기 방침을 밝힘에 따라 동해(East Sea) 표기를 국제적으로 확산시키려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큰 암초를 만났다. 마크 토너 국부무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해를 단독표기하는 것은 연방정부 기관인 지명위원회(United States Boardon Geographic NamesㆍBGN)의 표기방침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미국의 입장은 최근 유엔 산하 국제수로기구(IHO)에 제출한 서한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은 IHO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표기 해야 한다는 공식입장을 제출했으며 IHO는 이를 회원국만 볼 수 있는 자체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내년 4월 IHO 총회의 바다이름 표기 규정집 발간을 앞두고 각국은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 중이다. IHO는 내년 총회에서 각국 해양지도 제작의 준거가 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 개정판을 내기 위해 2009년 6월부터 실무그룹을 운용하고 있다.
실무그룹에는 동해ㆍ일본해처럼 특정 해역의 표기를 놓고 다투고 있는 남북한과 일본 등 27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동해ㆍ일본해 표기 문제가 국제적으로도 몇 안 되는 가장 첨예한 현안으로 부각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일본해 단독표기를 지지함에 따라 우리 정부의 입장은 난처하게 됐다. 미국에 이어 영국도 일본해 단독표기를 지지하는 입장을 IHO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미국에 대해 일방적으로 일본을 두둔하지 말라며 같은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입장을 균형있게 반영해 동해와 일본해 표기를 병기해야 한다는 뜻을 외교경로를 통해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현 단계에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적어도 미국에는 손에 잡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만 국가 간 경계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뜻하는 IHO의 결정이 영해분쟁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더욱 정교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2009년 말 현재 세계지도의 28%만이 동해를 동해ㆍ일본해 병행표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HO는 1929년과 1937년, 1953년 등 3차례에 걸쳐 바다 이름 표기규정을 채택했으며 일제 치하와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 우리는 목소리를 내지 못해 동해가 일본해로 국제적으로 표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부는 1992년부터 ‘East Sea’를 동해의 공식 명칭으로 결정하고 국제사회를 향해 병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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