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소 영수증을 모아 뒷면을 메모지로 사용할 정도로 알뜰한 주부 박모(43ㆍ여)씨는 뉴스를 보다 깜짝 놀랐다. 각종 종이 영수증에 환경호르몬이 함유돼있어 접촉만 해도 유해물질에 노출된다는 뉴스를 봤기 때문이다. 박씨는 “뉴스를 보자마자 장갑을 끼고 영수증 뭉치를 모두 버렸다”면서 “딸에게도 메모지로 쓰라고 줬는데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2.출근할 때마다 편의점에 들러 담배와 아침 식사거리를 구입하고 점원이 내미는 영수증을 지갑에 챙겨 넣는 회사원 박 모(33)씨. 일주일만 지나면 박씨의 지갑은 온갖 영수증이 점령해버린다. 박씨는 “지갑에 현금보다 영수증이 훨씬 많다”며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함부로 버릴수도 없고 해서 다 받긴하는데 나중에 영수증 뭉치를 처리하느라 골치가 아프다”고 불평했다.
종이영수증이 애물단지가 돼가고 있다. 상거래의 투명성과 소비자권익강화를 위해 영수증을 발행하는 곳이 늘었지만 무분별하게 발행돼 처치곤란 상황을 가져온 것. 더욱이 최근 종이영수증에 내분비교란물질인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가 함유돼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더욱 종이영수증에 대한 불만은 커지고 있다.
현재 국세청은 30만원 이상의 구매내역에 대해 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에서는 30만원의 미만의 경우에도 자동적으로 영수증을 발급해주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영수증은 ‘물품 구매 확인서’라는 본래의 의미를 잃어 버린 채 불필요한 쓰레기로 취급돼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생 김 모(28)씨는 “물건을 살 때 점원이 영수증을 내밀면 그냥 버려달라고 부탁한다”면서 “영수증은 받자 마자 버리지 않으면 가방이나 지갑에 쓰레기로 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수증 때문에 머리가 아픈 것은 판매자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한 마트에서 일하는 A씨는 ”가게 주변에 너저분하게 버려지는 영수증 때문에 가게 앞 청소하는 것도 일”이라며 “차라리 계산할 때 손님이 영수증을 버려달라고 하면 일이 훨씬 준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종이 영수증이 발급이 환경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다. 조윤희 녹색소비자연대본부장은 “대부분 발행된 영수증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면서 “종이영수증 대신 이메일 영수증이나 모바일 영수증, 현금 소비내역이 기록되는 소비내역카드 발행 등 다양한 대안 모색을 통해 소비자들의 편리를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모바일 영수증 등을 우리도 검토하고 있지만 가맹점 시스템 등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준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고 바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황혜진ㆍ손미정ㆍ황유진 기자@hhj6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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