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모(17)군은 지난 6월21일 오후 경기도 광명의 학교 교실로 찾아온 동네 ‘일진’ 김모(18)군 등으로부터 협박을 당했다. 대범하게 교실까지 올라온 이들은 “함께 가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고 윤군은 영문도 모른 채 그들의 위세에 눌려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그날 오후 9시경 서울 송파구 거여동의 재개발지역내 폐가지역에 끌려온 윤군은 김군 등 13명으로부터 집단구타를 당했다. 이들은 미리 짠 듯 순번을 정해 윤군을 폭행했고 피해자가 기절하면 얼굴에 물을 부어 정신을 차리게 하고 다시 폭행했다.
같은 시각 윤군의 어머니는 동네 불량배들이 자신의 아들을 노린다는 소문을 듣고 광명에서 거여동까지 찾아왔지만 이들은 어머니가 보행신호 대기중인 틈을 타 따돌리고 대범하게 범행했다.
폭행은 다음날 새벽까지 무려 9시간 동안이나 이어졌고 이들은 윤군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운 뒤 40㎝ 가량 판 땅에 머리를 묻고 흙으로 덮는 등 엽기적인 행각도 서슴치 않았다.
결국 윤군은 늑골골절, 비골골절, 전신 타박상 등 6주간의 상해를 입었고 보복이 두려워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도 진술을 거부하는 등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0일 경기 광명과 송파구 거여동, 석촌동 일대에서 자칭 ‘일진’ 행세를 하며 윤군을 폭행한 10대 피의자 13명을 검거, 이중 5명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 중 한명인 김모(15ㆍ여)양이 윤군과 사귀다가 헤어진 뒤 윤군이 자신들을 욕하고 다닌다는 이야기와 함께 김양이 요청해 광명과 거여동, 석촌동 일대에서 컴퓨터 통신 등을 통해 알고 지내던 선후배들을 규합해 피해자를 폭행한 것이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범행수법이 대담한 점으로 미뤄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못한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캐고 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