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주가 폭락…‘데자뷔 2008’ 악몽에 떠는 시민들
집담보 대출로 사업 시작경제상황 불안에 걱정태산
안팔리는 집 대출이자 눈덩이
부동산 시장 더 얼어붙을텐데…
기업 투자 줄면 채용도 감소
취업준비생도 한숨만 가득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경제가 꽁꽁 얼어붙었던 2008년은 1997년 IMF 사태만큼 한국 사회엔 악몽 같은 시기였다.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서 고용도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소비 심리도 위축되면서 국내 경제 전반이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8~9일 주가가 폭락하면서 2008년의 악몽을 떠올리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행히 10일 오전 코스피가 상승세로 돌아서며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실물경기 침체 등에서 비롯한 금융시장의 불안이 장기간 지속되며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 번 망할 수는 없는데…”=김모(56) 씨는 2008년께 간판 디자인 업체를 운영했다. 20여년간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명예퇴직을 한 후 처음 잡은 사업의 기회였다. 하지만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거래처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김 씨의 회사도 일감이 없어졌다. 때마침 중소 인테리어 업체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던 김 씨는 사업을 접었고 지난 7월까지 약 2년여 동안 일을 했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김 씨는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그는 최근 식당 사업을 해보려 준비 중이지만 걱정이 많다. 주가가 폭락과 반등을 거듭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마치 3년 전 그때를 보는 듯해서다. 김 씨는 “사업을 시작하려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경제 상황이 불안하니 섣불리 사업을 했다가 망할까봐 걱정이 된다. 그렇다고 이렇게 손놓고 있을 수도 없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2년 동안 팔리지 않은 집, 이제 좀 팔리나 했더니”=송모(54ㆍ여) 씨는 2008년께 경기도 파주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현재 사는 아파트를 매매해 집을 옮기고 남은 돈으로 남편 사업 자금을 보탤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는 탓에 집은 팔리지 않았다. 당시 분양받았던 아파트는 보증금 2000만원에 매달 60만원을 받고 월세를 내준 상황이지만 집을 사기 위해 받은 은행 대출 이자가 매월 100만원에 달해 계속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송씨는 “2008년 경기침체 후유증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냉랭하다. 그런데 다시 이렇게 주가가 폭락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부동산 시장은 더 얼어붙을 텐데 큰일”이라고 토로했다.
▶채용 기회 줄어들까 노심초사하는 취업준비생=마케팅 분야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윤모(26ㆍ여) 씨도 주가 폭락 소식이 남일 같지가 않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당시 기업들이 채용 인원을 대폭 줄이면서 선배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어서다. 그는 지난 2월 졸업을 한 뒤 상반기 취업에서 고배를 마셨던 터라 취업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윤 씨는 “2008년에 채용을 아예 하지 않는 기업들도 있었다. 일부 선배들이 졸업을 늦추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도 그런 상황이 올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