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7ㆍ일용직)씨는 지난 3월27일 새벽, 서울 홍대 근처 한 클럽에서 미모의 여성과 즉석만남에 성공했다. 클럽이 시끄럽다며 바깥으로 나가자고 제안한 여성은 “근처에 아는 좋은 술집이 있다”며 A씨를 B바로 유인했고 둘은 한동안 술잔을 기울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화장실에 다녀온다는 여성은 자취를 감췄고 B바의 주인은 A씨에게 술값으로 130만원을 요구했다. A씨는 술값을 냈지만 분함을 삭히지 못하고 2시간여 뒤 다시 주점에 찾아가 흉기를 휘두르며 술값을 돌려내라고 소란을 피웠고 종업원이 신고하려고 하자 도주하다가 길에서 우연히 만난 일면식도 없는 미국인 L(28ㆍ여)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손을 다치게 했다.
A씨는 구속되면서 당시 ‘홍대앞 묻지마 칼부림’으로 네티즌 사이에 회자됐지만 서울 마포경찰서는 B주점에서 미심쩍은 점을 발견하고 수사를 계속해 11일 B주점 업주 C(28)씨를 구속하는 등 2개소의 업주 2명과 종업원, 아르바이트생 25명을 상습사기 혐의로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미모의 여대생 등 여성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클럽 등지에서 남성들을 유혹, 본인이 운영하는 주점으로 유인해 바가지를 씌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부터 올 4월까지 이같은 수법으로 이들이 편취한 금액은 무려 2억여원에 달했다.
이들은 ‘신종알바’ 구함이라는 전단지를 배포, 이를 보고 찾아온 20대 초반 미모의 여대생 등을 상대로, 손님을 데리고 오면 1회당 10만~15만원씩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고용된 여성들은 홍대 뿐 아니라 서울시내 유명 나이트클럽에서 즉석만남을 한 뒤 “자기가 아는 바가 있다”며 이들 업주가 운영하는 주점으로 유인해왔다.
이들은 홍대 술집에 데려온 후 사전계획대로 일방적으로 고가의 양주를 시키거나 남자 손님이 화장실에 갔을 때 시켜 마시고 계산할 때는 술값이 비싸다며 항의하는 사이 술집을 빠져 나가 연락을 끊었다.
또 업소에 고용된 17명의 여대생들은 이 업소에서 번갈아가며 일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홍대에서 이런 신종사기영업을 하는 업소 3개를 적발했고 검거된 2개 업소 말고도 나머지 1개 업소도 혐의점이 들어나 계속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이들이 공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