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사진촬영 등 큰 불편
코스 야외서 실내로 급변경
중국 상하이에서 중소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왕밍(40) 씨는 여름휴가를 맞아 지난주 말인 6일 아내과 함께 7박8일 일정으로 한국에 왔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아내를 위해 서울시내 명소를 구경하려고 했지만 계속되는 비 때문에 관광이 쉽지 않았다. 청계천광장에서는 우산을 들고 우비를 입은 채 기념사진을 촬영해야 했고, 지난 월요일에는 한옥마을을 방문했다가 갑자기 내린 소나기로 옷이 다 젖기도 했다.
왕밍 씨는 “여행기간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려서 아쉬움이 컸다. 날씨가 안 좋아 사진도 잘 나오지 않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폭우로 수도권이 물바다가 되더니 태풍 ‘무이파’의 직간접 영향으로 비가 이어졌다. 비가 그치는가 싶더니 기압골의 영향으로 12~13일 중부지방에는 60~120㎜의 폭우가 예상되고 있다.
왕밍 씨처럼 여름휴가를 맞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이런 ‘악천후’가 야속하기만 하다.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고궁이나 한옥마을, 서울 대표 쇼핑지인 명동ㆍ신촌과 남대문ㆍ동대문시장,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인 광화문ㆍ청계천광장 등 외국인이 주로 찾는 관광지가 대부분 야외이다 보니 관광에 적잖은 불편을 겪고 있어서다.
지난 8일 청계천광장에서 만난 외국인은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쓰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느라 바빴다. 카메라에 물이 스며들지 않게 카메라를 비닐봉지에 둘둘 말아 들고 다니는 관광객도 있었다. 마땅히 비를 피할 곳이 없는 터라 사진을 찍고 서둘러 버스에 올라타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청계천광장에 머물 뿐 청계천으로 내려가지는 않았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올해 청계천이 총 25회 통제됐는데 7월 이후에만 16회 통제됐다. 비로 통제되는 날에는 방문객 수가 확실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가 다소 소강상태를 보였던 지난 7일 청계천 방문객 수는 6만1030명이었던 데 반해 하루 종일 비가 지속됐던 8일에는 전날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2만9940명에 그쳤다. 오랜만에 맑은 날씨를 보였던 11일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6만9460명의 방문객이 청계천을 찾았다.
계속되는 비에 여행사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인바운드여행사 체스투어즈 관계자는 “이미 짜여있는 일정이 있다보니 비가 지나치게 많이 오지 않는 이상은 일정대로 관광을 진행한다”면서도 “비가 올 때는 관광객이 매우 불편해한다. 양해를 구하고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