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모(64)씨는 한 때 집 두채와 상가를 소유할 만큼 풍족한 생활을 누렸다. 하지만 오랜 기간 아내의 병수발을 하느라 재산을 거의 잃었고 사고로 콘크리트에 귀를 부딪혀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장애까지 얻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여러번 취업에 도전했지만 나이도 많고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 결혼적령기임에도 가족들을 먹여살리느라 바쁜 큰 딸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작은 딸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렸다. 서씨는 지난 8월 초 마지막 희망을 붙들고 성북구청 일자리지원센터를 찾았다. 그의 간절함이 하늘에 전해졌던 것일까. 서씨는 그 자리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게 됐다.
서울 성북구(구청장 김영배)는 서씨에게 올해 초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주)영주자원을 소개시켜줬다. 영주자원은 재활용품을 분리 선별하는 회사로 고령자와 장애인 등 취약계층도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서씨는 “어떤 일이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일을 할 수 있다. 감사하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곳에는 서 씨 이외에도 성북구청 일자리지원센터의 알선으로 취업한 박모(70)씨와 나모(64)씨도 일을 하고 있다. 공공근로나 지역공동체 일자리와는 달리 일시적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점이 (주)영주자원의 장점이다.
서씨는 “가장의 역할을 딸에게 넘겨준 것 같아 매순간 미안했는데 이젠 아버지로서 무언가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좋다”며 감격해했다.
이처럼 지자체가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이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각 구청은 사회적기업을 선발해 일정 지원을 하게 되고, 지원을 받은 기업들은 취업 소외 계층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며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구청장 김영종)도 사회적 기업 지원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종로구는 주민들에게 종로구에 소재한 사회적기업을 알리리고, 개별적인 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도움을 주기 위해 착한기업 사회적기업 종로구에 다 있다’는 제목의 홍보책자까지 발간했다.
또한 사회적 기업의 원활한 사업 운영을 돕기 위해 오는 16일 오후 1시30분께부터 인사노무강의 및 상담의 날 행사를 연다. 종로구 소재 사회적기업 대표, 인사노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경험이 풍부한 노무사를 초빙해 사례 위주의 강의를 진행하는 등 실무에 바로 적용가능한 특강을 제공할 계획이다.
종로구에는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과 서울형예비사회적기업이 35개로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사회적기업이 더욱 활성화되고 큰 기업으로 성장하면 가장 좋은 복지라고 할 수 있는 일자리창출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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