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성 국제결혼 피해 속출 하소연
영주권 목적 사기결혼 빈번브로커가 가출방법 알려줘
유흥업소 취업후 돈벌이도
홍길동(54ㆍ가명) 씨의 베트남 출신 부인은 결혼 사흘 만에 가출을 시도했다. 떠나려는 부인을 붙들어 설득하고 다문화쉼터의 도움도 요청했지만 아내는 한 달 만에 다시 집을 나갔다. 홍 씨는 부인이 놓고 간 스마트폰을 살피다가 이상한 통화 내용이 녹음된 것을 발견했다. 베트남어 통역을 불러 확인한 내용은 “쓰레기봉투에 중요한 물건을 넣고 대기하라”, “우선 택시를 타고 이동하라” 등 가출방법을 알려주는 ‘매뉴얼’이었다. 홍 씨는 그제야 ‘당했다’는 생각에 아찔해졌다.
국제결혼이 증가하며 애초에 불법 취업이나 영주권 취득만을 목표로 결혼해 가정을 파탄 내는 경우도 늘었다. 홍 씨의 사례는 국제결혼의 상업성을 노린 ‘전문 업자’가 개입한 경우다. 이들은 “우선 한국에 들어온 뒤 도망치라”며 외국인 여성을 설득해 혼인을 성사시키고 가출 매뉴얼을 제공한다. 도망을 친 외국인 여성을 술집에 소개해 수백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악덕 업자도 있다.
홍 씨처럼 사기성 짙은 국제결혼에 피해를 본 남성들은 많지만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다문화 가정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과 외국인 여성들의 피해 사례가 주로 부각되는 언론 분위기 탓이다.
안재성 국제결혼피해센터 대표는 “국제결혼을 한 남성들은 매스컴에 주정뱅이, 폭력배 등 편파적으로 묘사되고 있다”며 “피해를 본 남성들의 경우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안 대표는 “상대 여성이 호적을 위조해 결혼하는 경우도 많다”며 “알고 보니 상대가 유부녀거나 이미 오래전에 사망한 언니의 호적으로 결혼한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들은 브로커를 통해 문서를 위조해 결혼한 뒤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사라지는 등의 방식으로 국제결혼 제도를 악용한다.
김모(52) 씨도 비슷한 피해를 봤다. 국제결혼 정보업체를 통해 소개받은 베트남 출신 부인은 알고 보니 17세 나이를 속이고 20세로 호적을 위조해 결혼한 경우였다. 어느 날 가출한 부인을 수소문해보니 베트남으로 돌아가 다시 호적을 위조해 또 다른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 상태였다. 호적을 위조하고 국제결혼을 중매하는 데에는 결혼정보업체가 깊숙이 개입돼 있었다.
안재성 대표는 “제도적 보완이 없는 국제결혼은 계속해서 피해자를 양산할 것”이라며 정부 정책의 대안을 요구했다. 안 대표는 “비자 발급 심사를 보다 강화하고, 결혼정보업체의 불법행위를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