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홈페이지에 의사국가고시 문제를 유출해 입건된 의대생들이 기소유예됐다. 검찰은 시험방식의 구조적 문제와 이들의 부정행위가 합격률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 점 등을 참작해 이같이 결론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기석)는 비밀 홈페이지를 개설한 뒤 앞선 수험생으로부터 유출한 의사 국가시험 문제를 올린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불구속 입건된 ‘전국 의대 4학년 협의회’(전사협) 전 회장 강모(25) 씨 등 10명을 기소유예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 등은 의대생이던 작년 9월 시험문제를 공유하기 위해 전사협 홈페이지를 만든 뒤 먼저 시험을 본 의대생이 후기 형식으로 사이트에 문제를 올리게 해 2011년도 의사 국가시험 실기 문제 112문항 중 103문항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사시험 실기고사는 시험실 12곳을 돌면서 모의환자 진찰과 진료 기술 등을 평가하는데 응시생이 수천 명이어서 하루에 60∼70명씩 나눠 매년 9월부터 두 달여에 걸쳐 치러진다.
‘전사협’은 의사 국가고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운영돼 온 조직으로 작년 실기시험 응시자 3300여명 가운데 2700여명이 회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초범인데다 시험 방식 자체가 먼저 응시한 사람이 뒷사람에게 문제를 알려줄 소지가 있도록 운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문제 유출이 응시생 간 합격률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검찰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올린 시험문제를 보고 나중에 시험을 치른 학생이나앞서 시험 본 학생이나 합격률에 별반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아울러 실기시험 채점관으로 참여하면서 알게 된 시험문제 일부를 소속 의대생들에게 알려준 김모(49)씨 등 의대 교수 5명을 각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김씨 등이 공정하게 시험을 채점·관리해야 함에도 자기 제자들에게 시험 문제를 가르쳐 준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유출한 문항이 1∼2개로 적은데다 일회성에 그쳐 벌금형을 구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이들 의대생의 합격 취소 등 필요한 행정조치를 위해 의사시험을 주관하는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과 보건복지부에 기소유예 처분 결과를 통보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