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7일 평양에 있는 북한인 남편을 통해 그림을 밀반입한 조선족 김모(여ㆍ46)씨와 국내 전시관에 그림을 유통시킨 갤러리 운영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밀반입한 그림은 북한의 예술 창작 단체인 ’만수대 창작사 조선화 창작단’의 화가들이 그린 산수화 등 1300여점이다. 만수대 창작사는 집체미술을 지향하는 북한만의 독특한 예술단체로, 최고 엘리트 미술가를 포함 약 1000여명의 예술가가 소속돼 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직속으로 소속 예술가들은 조선화, 유화, 대형 조형물 등을 창작한다. 유명한 천리마동상이나 주체사상탑도 만수대 창작사의 작품이다.
경찰에 따르면 그림을 밀반입한 김씨는 국내에 거주하는 조선족 여인으로 중국 길림성에 살고 있는 북한인 남편으로부터 국제우편(EMS) 등으로 그림을 건네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의 남편은 중국의 ’조선 해외동포 원호위원회’라는 단체에 가입한 후 만수대 창작사와 그림 공급계약을 체결, 14개월에 걸쳐 평양에서 중국으로 그림을 가져와 국내로 반입했다.
김씨는 중국에서 건너온 그림을 이모(47)씨 등 갤러리 운영자에게 한점당 3만~100만원씩 총 3000만원 어치를 판매했다. 이렇게 들여온 북한 그림은 국내 갤러리와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서 전시ㆍ판매됐다. 이들 그림은 인민복을 입은 북한 화가가 그림 앞에서 찍은 사진도 동봉해 ’진품’임을 증명시키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이 미술품을 국내로 밀반입해 외화벌이 하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다"며 "통일부 장관의 허가없이 밀반입된 북한물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