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서모(32) 씨는 이번 여름 휴가지로 지리산 둘레길과 거문도를 택했다. 자연 속에서 더위를 식히기 위한 의례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의미는 남다르다. 이번 여행은 지구를 살리고 지역문화를 배려하는 ‘저탄소 녹색 휴가’가 그 취지였기 때문이다.
우선 서씨가 휴가지로 택했던 지리산 둘레길의 경우 총 5개 코스로 이루어져있으며 그 길이는 65.9㎞에 이른다. 만일 이 거리를 소형자동차(1인 탑승)로 이동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탄소발자국 계산 공식(http://www.greenstart.kr 탄소발자국 계산기 참조)에 의하면 약 11㎏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지리산 둘레길 인근에서는 물을 구입할 수 있는 마트나 상가가 따로 없었던 탓에 서씨는 생수 대신 근처 계곡에서 지하수를 마셨다. 생수를 구입했다면 1800㎖(1.8ℓ) 생수 한 병을 마실때 마다 탄소발자국은 24.7g씩 추가된다.
그 외 먹을 거리는 막걸리와 토속음식을 판매하는 곳을 통해 해결했다. 반찬도 지역주민이 직접 밭에서 재배한 재료로 만들어 여행객들에게 제공했다. 이 또한 장거리 식재료 운반 과정을 없애 탄소발자국을 줄인다. 만약 서씨가 지리산에서 나지 않는 ‘고등어 조림’을 사먹었다면 229g의 탄소가 더 발생됐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씨는 자동차 대신 도보를 이용해 여행했고 해당 지역의 식자재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어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 서씨는 “화려하지 않아도 이것이야 말로 ‘지역경제’와 ‘지역문화’를 배려하는 친환경적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지리산 둘레길의 경우 남원역까지만 가면 이후로는 막힘없이 여행할 수 있다. 때문에 서씨는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배기가스를 들이마시며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자연 휴양림에서 산림욕을 덤으로 즐겼다. 이후 이어진 거문도 여행 역시 한적한 자연 속에서 지역 식재료를 이용해 차려내는 가정식을 먹으며 편안히 쉬고 올 수 있었다”고 서씨는 덧붙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해 동안(2005년 기준) 관광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무려 13억7000만 톤으로 관광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소나무 2614억 그루가 필요하다. 국내 여행객의 10%만 도보를 이용해 여행을 하면 서울 크기의 숲 2개, 소나무 2억6000만 그루가 절약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서씨처럼 저탄소 녹색휴가를 선택하게 되면 적어도 소나무 몇 그루를 심는 결과가 된다. 서씨는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고 편안히 여행하고 나니 진정한 ‘휴(休)가’를 보낸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서씨처럼 저탄소 녹색여행을 선택하고 싶다면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http://korean.visitkorea.or.kr)에서 ‘두발로’등 다양한 녹색 여행지를 안내받을 수 있다.
<황유진기자@hyjsound>/hyjgo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