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카페가 청소년들의 탈선의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미성년자들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 주민등록증을 사고파는 것은 물론 운전면허증 불법매매까지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것. 하지만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규제가 없어 관련당국도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30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는 ‘91남 민증 삼’ ‘90여 민증 팜’ ‘87면허증 팜’ 등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사고 파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모두 청소년보호법에 적용되지 않는 만 19세 이상(운전면허증은 만18세 이상)의 신분증들이다.
카페에서 ‘민증’ ‘면허증’이란 단어로 글을 검색하면 올해 등록된 건수만 130여건에 달한다. 이들 신분증의 가격은 평균 3~5만원선. 글에는 ‘머리가 길고 얼굴이 희다’,‘안경을 썼다’ 등 신분증 사진속 신상착의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적혀있다.
이들이 온라인을 통해 주민등록증을 구입하는 이유는 청소년보호법에 금지돼있는 술, 담배 등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무면허 운전을 위해 주민등록증을 구입하려던 중학교 3학년 박모(15)군은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편의점 가서 술, 담배도 사고 술집, 클럽도 가기 위해서”라면서 “주변 친구들도 가짜 민증쓰는 애들 많다. 대부분 사진만 조회해보고 끝나기 때문에 한번도 걸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분증을 판매하려던 ID ‘노****’는 “파는 민증은 절대 번호 위조된 게 아니기 때문에 조회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지인들이 분실신고했다 재발급 받은 것이기 때문에 절대 큰일 날일 없다”며 기자를 안심(?)시켰다.
또한 구입한 운전면허증은 차량을 렌터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 ID ‘B***’는 “87 면허증입니다. 저도 산건데 이제 쓸모가 없어서 팝니다”라며 “차 렌트할때 자주 이용하던 것으로 원래 5만원인데 오늘사면 3만원에 드립니다”란 글을 올렸다.
상황은 이런데 제재하는 곳은 없다. 해당 카페는 방관하고 있고 관계당국은 처벌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주민등록법상 신분증을 구입한 사용자는 처벌할 수 있지만 판매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울경찰청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신분증 매매 단속건수는 ‘0’이다.
박찬엽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기획수사반장(경감)은 “주민등록법상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부정하게 사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지만 판매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은 나와있지 않다”면서
“특히 매매된 신분증의 사용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 단속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말했다.
<황혜진기자@hhj6386> hhj638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