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부터 성범죄의 양형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평균 선고형량이 늘었음에도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비율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발간한 ‘2010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성범죄자 2700여명에게 선고된 1심 형량(특정강력범죄 누범가중조항 제외)을 분석한 결과 13세미만 대상 아동 성폭력범죄의 평균형량은 양형기준이 수정된 작년 7월15일 이후 3.02년에서 3.41년으로 13% 높아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13세미만 대상 성범죄의 집행유예 선고율도 37.3%에서 54.6%로 올라갔다.
선고 형량이 높아졌지만 집행유예가 늘어난 탓에 범죄자들이 실제로 형을 사는 비중은 전체의 3분의 2 수준에서 절반 이하로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강간상해(13세이상)는 평균형량이 3.39년에서 3.67년으로 8% 이상 높아지고, 강제추행(13세이상)은 1.49년에서 1.57년으로 5% 넘게 올라갔다.
하지만 이들 범죄의 집행유예 선고율은 각각 47.7%와 58.8%에서 53.2%와 67.1%로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강간(13세이상)은 평균형량이 4.76년으로 거의 변동이 없는 반면 집행유예 선고율은 21.6%에서 33.3%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는 양형기준에 따라 강간, 강제추행, 13세미만 성범죄, 강간상해, 강제추행상해, 13세미만상해, 강간사망 등 7개 하위 범죄군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집유로 풀려나는 성범죄자가 늘어난 현상은 성범죄를 예방하고자 법정형을 끌어올린 성폭력범죄처벌법의 개정 취지가 실제 법원 판결에는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09년 ‘조두순 사건’ 이후 아동 성폭력을 비롯해 흉악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극단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된 가운데 관련 법이 개정돼 양형위원회는 성범죄 양형기준을 불과 시행 1년 만에 수정했다.
이에 따라 작년 7월15일부터 아동 성범죄의 권고형량을 종전보다 50% 높이는 등 양형기준이 전반적으로 상향조정됐다.
하지만 이렇게 높아진 양형기준이 비교적 경미한 성범죄의 양형실무에는 잘 맞지 않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일선 판사들이 수정된 양형기준 하에서 형벌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집행유예 선고가 늘어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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