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51) 서울 도봉구청장이 민선5기 지방자치 출범 이후 1년여 동안 요즘 유독 되뇌이고 있는 어귀다. 구청장이 통치하는 시대가 아니라 주민과 관이 함께 지방자치를 이끌어나가는 시대가 왔다는 의미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조선시대 통치 스타일을 보여주는 ‘군신공치’라는 말에 주목한다. 임금과 신하가 함께 통치해나가듯, 구청장과 주민은 파트너로서 함께 구정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그는 주민참여조례를 제정하고, 5월에는 주민참여예산조례마저 만들었다. 주민참여조례는 주민이 구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주는 장치다. 주민참여예산조례는 주민들이 구청 예산 배정과 운영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한 조례다.
지난해 민선5기 출범 후 모두 주민 참여를 부르짖고 있는 가운데 이 구청장은 말없이 선도적으로 이런 제도 마련에 앞장섰다. 일단, 주민참여조례를 제정하고 나자 이를 호평한 다른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참여조례를 잇따라 도입해 본의 아니게 주민참여제 제도화의 선봉장이 됐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요즘 추진하고 있는 도봉서원 복원 작업은 그래서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도봉서원은 1573년 조선시대 조광조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서원. 개혁적인 삶을 살았던 조광조 선생의 ‘군신공치’ 정신을 복원하는 일을 ‘민관협치’를 내건 자신이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투신해 제적과 수배를 겪었던 지난 날은 녹록지 않았다. 이후 15년 만에 대학졸업장을 받고, 국회의원 보좌관, 서울시의원을 거치며 일관된 가치를 가지고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남은 정신적 유산이 지난해 7월 도봉구청장에 취임하며 구정의 핵심 가치로 내건 ‘참여’와 ‘복지’다.
이런 기조를 바탕으로 지난 1년 동안 주민 생활에 꼭 필요한 정책의 바탕도 다졌다.
올해 초에는 도봉구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경원선 지하화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노원구, 동대문구, 의정부시 등 인근 지자체와의 협약 체결을 이끌어냈다. 이미 확정된 GTX 제3노선 의정부~금정 노선과 경원선 의정부~창동~청량리 구간 지하화를 병행하자는 것. 이 사업이 실현되면 이중으로 드는 사업 예산을 줄일 수 있고, 서울 동북권의 지도를 바꿔 도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관계기관들도 긍정적 반응을 보여 기대를 걸고 있다.
도봉서원 복원화 작업과 함께 도봉산 둘레길 복원, 가인 김병로, 위당 정인보, 고하 송진우, 함석헌 선생, 김수영 시인 등 도봉구의 역사적 인물 발자취 복원 등의 사업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도봉구 쌍문동에 주소지를 둔 만화 캐릭터 둘리를 테마로 한 둘리기념관 건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둘리미술관 현상설계 공모전 당선작을 발표했고 2014년 둘리미술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서울과 경기 북부 지역에서 접근성이 좋은 도봉구의 특성과 2009년부터 실시해 온 도봉 과학축전 등을 더욱 확대해 지역 고유의 행사로 개발해 나가고, 이를 기반으로 국립서울박물관 유치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수한 기자 @soohan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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