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에 비해 홀대받는 단순 절도, 주취폭행 등 경미사건에 대해 일선서가 전담팀을 꾸려 치안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고 있어 화제다. 서울 송파경찰서가 공무집행방해사범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2월. 밤새 형사 당직팀은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며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 이들로 시끌법적하기 일쑤다. 전담팀은 이같은 당직팀의 업무를 인계받아 지금은 피해금액이 작은 절도사건을 다루는 경미절도사건전담수사팀으로 역할을 바꿨다.
임홍기 형사과장은 “통상적으로 강도 등 강력범죄의 경우는 경찰관이 직접 수사에 나서지만 작은 발생사건은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며 “자전거ㆍ오토바이 절도 등 작은 사건들은 형사가 현장으로 나가서 직접 피해자를 만나 사건을 조사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실은 주민들에게 경찰에 대한 불신의 원인이었다. 피해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범인을 잡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경미한 절도사건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한달에 발생하는 평균 20여건 중에 1~2건만 범인이 검거되고 수사종결이 되는 실정이다.
서울 송파경찰서 공무집행방해사범전담수사팀은 경미한 절도사건만 전담하면서 주말 없이 근무하고 있다.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에 또 다른 보람을 찾고 있다. |
이에 송파서는 5명으로 전담팀을 꾸린 뒤 4개월 동안 47건, 53명을 검거해 전년 대비 422%의 높은 사건해결율을 보였다. 이런 성과로 송파경찰서는 최근 경찰청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형사 9년차인 안 경사는 “사안이 큰 발생사건의 경우 범인 검거를 하더라도 막상 지역의 다른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치안만족도와는 차이가 있었다”며 “피해자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형사 생활에서 새로운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송파서는 팀원을 조정해 형사팀마다 고소사건 전담수사관을 두고 있다. 폭행사건에 대한 고소가 접수되더라도 보통 민사 문제가 병합되는 경우가 많다. 채권채무 관계나 횡령 등으로 일반 형사사건과 성격을 달리하는 경우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송파서는 경제팀 등 수사과 경력이 있는 팀원을 각팀별로 1명씩 두고 이 수사관은 고소ㆍ고발사건만 전담하고 있다. 6개월 동안 운영됐지만, 현재까지 민원이 한 건도 접수가 되지 않는 등 주민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운하 송파경찰서장은 “자신이 받은 10만원 피해를 다른 사람의 수억원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인지상정이다”며 “기존 인력을 활용하는 만큼 수사관 개인의 수사부담이 늘어나지만, 국민들의 치안서비스 만족도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전담팀과 전담수사관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형기자 @vmfhapxpdn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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