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물원 동물들의‘ 이색 피서법’
유인원 과일빙수 즐기고코끼리는 자연수 샤워광
28일까지 별밤 축제서 공개
서울동물원의 호랑이는 무더운 여름 ‘쇠고기빙수’를 먹는다. 사육사가 쇠고기를 넣고 얼린 얼음덩어리다. 이걸 먹고 있으면 신기한 듯 주변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올여름 지긋지긋한 비에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몸부림치는 동물의 짜증을 덜어주기 위해 서울동물원이 나섰다. 서울동물원은 18일 동물원 정문 안 광장에서 열대야 등 더위와 싸우는 동물의 다양한 피서법을 공개했다.
우선 오랑우탄이나 고릴라 등 유인원에 속하는 동물의 피서법은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사육사가 과일, 요구르트, 오렌지주스 등을 넣고 꽁꽁 얼린 과일빙수를 먹는다. 야외 방사장에 있는 얼음덩어리를 안고 외줄을 타기도 한다.
코끼리의 피서법은 샤워다. 코끼리가 청계산 상류에서 흘러내려오는 시원한 자연수로 샤워하는 모습은 관람객을 청량감에 젖게 한다. 이들을 위해 방사장에는 인공샤워기도 설치돼 있다. 소방용 호스처럼 생긴 이 샤워기는 관람객이 직접 뿌려줘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가끔은 방사장의 물웅덩이에 들어가 관람객이 던져주는 먹이를 먹으며 더위를 식힌다.
나무늘보는 나무 위에서 얼음을 껴안고 자는 것을 좋아한다. 곰이나 흰코코아티는 과일을 넣고 얼린 과일빙수를 먹으며 더위를 피한다.
미어캣은 꽁꽁 얼린 얼음 속 밀웜(갈색쌀거저리 유충)을 즐긴다. 여름밤 비공개였던 미어캣 방사장이 최근 화려한 조명 아래 개방돼 볼거리가 더 늘었다. 아름답고 화려한 색과 애교로 관람객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레서판다는 에어컨 바람을 쐰다.
이 밖에 동물원 일부 지역에는 열대 밀림의 서식환경을 그대로 재현하고,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소낙비도 내릴 수 있도록 스콜 시설마저 완비해 관람객에게 시원한 이색 볼거리를 선사한다.
서울동물원은 오는 28일까지 이런 모습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서울동물원 별밤축제를 ‘야성이 살아 숨쉬는 아프리카의 밤’이라는 주제로 매일 밤 10시까지 진행한다고 19일 밝혔다. 이 기간 매일 오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동물원광장에서는 아기사자ㆍ원숭이ㆍ뱀ㆍ앵무새 등이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또한 동물원 내부를 화려하게 수놓은 루미나리에, 돌고래의 멋진 수중쇼, 환상적인 홍학퍼레이드 등도 마련돼 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