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사법부 지난 6년
돌발적 개혁·진보성향 판결
법적 안정성 훼손 우려목소리
법관 능력에 사법행정도 겸비
법조일원화·사법제도 개혁등
현안 해결 조율 능력 기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8일 새 대법원장 후보로 양승태(63·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관을 지명하면서 향후 6년간 사법부를 이끌 양승태 호(號)가 어떤 성격을 띨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이용훈 대법원장의 사법부는 개혁ㆍ진보 성향의 판결이 돌발적으로 나오면서 법적 안정성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까지 있었다.
일단 양승태 후보자를 바라보는 법조계의 시선은 ‘좌(左)클릭’됐던 사법부를 ‘우(右)클릭’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데 모아진다. 보수성향인 듯하지만, 대법관 퇴임(지난 2월) 전부터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여행하는 게 꿈”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질 정도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성향도 가진 걸로 보이는 양승태 후보자의 색깔은 당장 오는 11월 대법관 인사권을 행사할 때부터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인사 스타일 보면 사법부 보수 선회 가늠 가능=양 후보자는 대법원장 지명 사실이 알려진 직후 사법부 운용 포부를 밝혀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회 동의도 남아 있고 (지금) 그런 말을 할 계제가 못된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그의 의중에 따라 사법부가 보수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13명 전원(일반 대법관 12명+법원행정처장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일선 판사들에 대한 인사권도 갖고 있다. 우선 진보적 성향의 판결을 내놓으며 ‘독수리 5형제’(김영란·이홍훈은 이미 퇴임)로 불리는 박시환·김지형(11월 퇴임), 전수안(내년 7월 퇴임) 대법관의 후임을 양 후보자가 제청한다. 아울러 김능환·안대희·박일환 대법관 후임 제청권도 양승태 후보자에게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양 후보자의 뜻이 일치한다면 불과 1년 사이에 대법관 6명이 보수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사회적 파장이 큰 판결을 통해 판례를 변경하는 전원합의체는 보수적 색채가 가미될 가능성이 크다.
▶합리적 조직 운용에 혜안 발휘 기대=양 후보자의 36년 판사생활에 대한 평가는 ‘문무를 겸비한 실력자’로 요약된다. 일선 판사로서 풍부한 재판 경험은 물론이거니와 법원행정처에 다년간 근무하면서 쌓은 사법행정 관료의 노하우까지 쌓았기 때문.
양승태 후보자는 사법시험-사법연수원에서 배출되는 법조인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유입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수료자를 합리적으로 조율해 유능한 법관으로 커나갈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아울러 변호사 경력을 반드시 갖춘 법조인들로 법관을 선발하게 되는 법조일원화 원년이 되는 2013년 이후 사법부가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중책도 맡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사법부를 이끌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법조일원화나 사법제도 개혁 등 현안이 몰려 있는 시점에 전체적인 법원행정을 누구보다 잘 펼쳐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