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등 공개 석상에서 냉철한 ‘달변가’로서 차가운 이미지를 보여왔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등 ‘감성적인 승부수’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시청 서소문별관 브리핑룸에서 단계적 무상급식안이 채택되지 못할 경우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는 내내 눈물을 보였다.
오 시장은 결연한 표정으로 90도로 인사한 뒤 ‘시민 여러분께 충심으로 드리는 말씀’을 담담히 읽어내려가다 “스스로 두려웠다. 복지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를 정치적 합의로 봉합하지 못한 부족한 리더십을 통감했다”는 부분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12일 열린 TV토론회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복지포퓰리즘을 차단하겠다는 논리를 펴며 자신있게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을 공격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오 시장은 “이번 복지포퓰리즘과의 전쟁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선택”이라는 부분에서 는 결국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이후에도 7년 전 국회의원 불출마를 선언했을 때와, 자신을 두 번씩 뽑아준 시민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언급하면서 수 차례 코를 훌쩍이거나 뒤돌아서서 눈물을흘렸다.
회견문 낭독이 끝난 후에는 단상에서 무릎을 꿇고 한동안 고개를 깊이 숙여 절을 하기도 해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차갑고 단호한 이미지의 오 시장은 한나라당 내 의견 조율이 잘 이뤄지지 않자 광복절인 지난 15일 거리홍보전에 나서 시민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변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도 “얼마 전 어느 시민께서 ‘정치는 여의도에 맡겨두고 시장은 살림을 챙겨야 한다. 그것이 본연의 역할이다’라고 하신 충고를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이와 함께 “모두가 예상하듯이 (투표율이) 33.3%를 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지난한 목표”라고 스스로 말했다.
이어 “서울시나 저는 무상급식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재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순차적으로 하자는 것”이라며 “저도 모든 학생들이 학교에서 질좋은 밥을 무상으로 먹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시장이 회견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보이며 ‘감성’에 호소한 것은 이처럼 지난한 싸움에 나선 자신의 절박함을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대권후보 불출마 선언에 이어 이번엔 ‘시장직 연계’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오시장의 ‘감성’ 호소가 시민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호응을 얻어낼지에 또다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진용 기자 @wjstjf> jycaf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