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메드베데프 오늘 정상회담
철도 협력 문제 등 논의채무문제 해결땐 경협 가속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4일 울란우데 근처 접근이 통제된 군부대 주둔지 ‘Sosnovyi Bor(소나무 숲)’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현지 소식통들은 러시아군 동부 군관구 소속 제11공수타격여단의 영내가 회담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와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 건설 ▷철도 협력 문제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당면 현안인 북핵문제는 양측이 체면을 차리는 선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핵실험과 미사일실험 중단 선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함한 옌볜(延邊) 핵시설의 IAEA 사찰 허용, 9ㆍ19 공동성명 이행 등을 주문할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국과 미국이 6자회담 선행조건으로 주문한 내용의 일부만 수용하면서 원칙적인 선상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ㆍ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연결 프로젝트도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다. 사할린과 시베리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북한 경유 가스관을 통해 남한으로 들여오는 사업이다. 북한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1억달러 이상의 통과 수수료를, 한국은 국내 소비량의 20%에 달하는 가스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러시아는 교착상태에 빠진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및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사업 재추진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북한과 2008년부터 나진~하산 간 철로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의 참여 없이는 나진항 활성화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철도 연결 사업을 북한에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가스관과 철도 등 경협사업은 3국 모두에 이익이므로 일단 북ㆍ러 간 합의를 이루고 한국에 사업 추진을 제안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면서 “그러나 금강산 문제 등으로 북한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가운데 우리 정부가 북ㆍ러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러시아가 3국 간 가스ㆍ철도 사업을 위해서는 한반도의 안정과 북한의 비핵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로서도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양측 간 현안인 90억달러 규모의 북한의 구소련 채무에 대한 합의는 북ㆍ러경협의 시금석이다. 러시아는 채무액의 절반 정도라도 갚을 것을 요구하고, 북한은 이에 난색을 표해왔다. 홍현익 실장은 “2010년부터 러시아 경제가 나아졌고 내년 9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북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어 극적인 타결이 이뤄질 수 있다”며 “채무 문제가 해결되면 양국 간 경협은 상당히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현태ㆍ김윤희 기자/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