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강한 그가 무릎을 꿇었다. 눈물까지 흘렸다. 이만하면 진정성을 믿어주리라 기대했건만, 민심은 끝내 그의 주장을 외면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결국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했다. 개표여건인 33.3%를 넘지 못했다. 서울시 전체 투표율은 25.7%에 그쳤다. 텃밭인 서초구와 강남구에서만 간신히 커트라인을 통과했다.
차기 대선에 불출마하고 주민투표에서 실패하면 서울시장직을 내놓겠다며 오세훈 시장이 던진 ‘승부수’. 왜 통하지 않았을까.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오세훈 시장이 패배한 가장 큰 이유는 그를 비롯해 보수 진영이 무상급식에 대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종 투표율 25.7%는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표방한 서울시교육청과 진보진영의 논리가 단계적 무상급식을 내세운 오세훈 시장과 보수진영의 논리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았음을 의미한다.
주민투표가 단순히 무상급식 정책에 대한 주민의견을 묻는 수준을 넘어 복지정책에 대한 보수·진보 진영 간의 이념적 대결로 성격이 바뀌면서 투표율 33.3%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와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민주당 등 진보진영의 투표거부운동으로 정치적 성향이 노출되기를 꺼리는 부동층이 일정 부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우려한 대목도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한 다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과의 소통 부재...패배 자초?=오 시장은 이처럼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을 벌이면서도 지지기반인 한나라당과의 소통을 외면했다.
주민투표 발제와 발의, 대선 불출마와 시장직 걸기 등 일련의 무상급식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충분한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 결국 독주가 패배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민투표 선거를 사흘 앞둔 21일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투표결과와 시장직 사퇴 연계를 극구 만류했는데도 일방적으로 ‘시장 사퇴’ 카드를 던짐으로써 여당 일각에서 제명까지 거론되는 등 격앙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평일 선거의 한계, 등돌린 부동층=지방선거, 대선, 총선처럼 투표가 휴일이 아니라 평일에 치러진 탓에 더 많은 부동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했다는 요인도 있다.
애초부터 무상급식이라는 투표 소재와 연관된 계층이 제한적이라 많은 시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도 많았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은 "무상급식이라는 이슈 자체가 어린아이의 식사 문제 였기 때문에 진보-보수를 가르고 투표에 참여시키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김수한ㆍ양대근 기자/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