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정가에 핵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서울이 갖는 정치적 비중과 함께 선거 결과에 따라 당내 권력구도는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 판도까지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여야와 각 정파는 사활을 건 한판 승부에 돌입했다. 여권에선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계파 간 이합집산이 예고되는가 하면 야권에선 야권통합의 최대 전초전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대선에서 안전권이라고 예상했던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도 보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 시장의 조기사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 앞서 치러지는 ‘미니 총선ㆍ대선’ 성격을 띄게 됐다. 잠재주자들은 속속 출마채비를 서드루고 있다.
여권에서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한 후보는 없다.
나경원ㆍ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그리고 권영세ㆍ박진ㆍ정두언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야권에선 지난해 6ㆍ2 지방선거에서 오 전 시장에 석패한 한명숙 전 총리와 이인영ㆍ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 김성순ㆍ박영선ㆍ전병헌ㆍ추미애 의원, 김한길ㆍ이계안 전 의원 등의 이름이 자천타천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천 최고위원은 전날 여야 통틀어 처음으로 출마선언을 했다.
특히 여성 서울시장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정치권은 나 최고위원과 한 전 총리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다른 여성후보인 박ㆍ추 의원과 남성 후보로는 불출마 의사를 피력한 원 최고위원, 맹 장관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2위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 모두 여성이 압도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현역시장의 벽을 넘지 못한 나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7ㆍ4 전당대회에서 확인됐듯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대중적 인기도가 높다는 게 강점이다. 특히 강력한 라이벌인 원 최고위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터라 여권에서 한발 앞서 나가는 주자로 평가된다.
그러나 여성 최초 대권을 노리는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여성 서울시장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약점이다. 여성 서울시장과 여성 대통령는 내부적으로 부담스런 입장이다. 야권 선두주자로 거론되는 한 전 총리는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 중이어서, 제2의 이광재 사태가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때문에 여권은 열린보수 이미지의 깜짝놀랄만한 참신성을 갖춘 카드를, 야권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를 실현한 카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서울시장 보선 승패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민주당이 주민투표 승리의 여세를 몰아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있는 반면, 보수층 결집으로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상반된 분석도 나온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