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어떻게 낭비됐나
국회가 멱살을 잡고 싸우며 통과시킨 한 해 예산은 다음 해 국회에서 ‘결산’이라는 최종 검증대에 오른다. 이미 쓴 돈이 당초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 낭비나 전용은 없었는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최종 검증하는 것이다.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10회계연도 결산 분석 종합’은 지난해 정부가 쓴 돈 중 489건이 부적절하게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비효율적으로 사용했거나 타당성이 없는 사업에 혈세를 쓴 것이 139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집행 실적이 부족한 경우가 63건을 차지했다.
또 사업 성격이나 재정 소요에 비해 과다 또는 과소하게 편성된 경우도 60건에 달했다. 예산 편성 단계부터 “일단 받아놓고 보자”는 각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의 이기주의를 국회가 제대로 막지 못해 생긴 결과다.
외교통상부 산하 한 기관은 2005년 해외 장외파생상품 펀드에 투자, 지난해 말까지 모두 1000억원이 넘는 원금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2008년 국제 금융위기를 겪으며 큰 손실을 봤고, 아직까지도 100억원을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이 돈 상당수는 결국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07년부터 유채기름을 바이오디젤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벌였다. 2010년까지 유채 재배 농가에 지급한 보조금은 총 50억원. 하지만 연도별 유채 수확량이 당초 목표치의 10.1~16.0%에 불과해 사업은 중단됐다. 경제성 검토 없이 무작정 사업을 펼친 결과, 아무 성과 없이 50억원만 날린 것이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