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부패 전도사를 자처했던 진보진영의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하루 아침에 ‘부패 몸통’으로 드러나자 한나라당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단일화 대가로 거액이 오간 정황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곽 교육감이 사퇴를 거부하자 겉으로는 즉각 사퇴를 촉구하면서도, 내심 사퇴 시기가 늦어질수록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총선 대선에서도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세를 몰아 ‘단일화에는 금품과 인사 등 대가성 이면계약이 반드시 존재한다’면서 야권통합을 야합으로 규정해 야권을 압박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30일 오전 한나라당의 원내대책회의는 “참 나쁜 교육감”, “뒷돈 거래 단일화” 같은 곽 교육감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곽 교육감은 투표에는 나쁜 투표가 있고, 뇌물에는 착한 뇌물이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며 “하루빨리 사퇴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도리”라고 사퇴를 종용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곽 교육감에 대한 사퇴 공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곽 교육감의 사퇴 거부가 길어질 수록 공격의 빈도와 강도도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곽 교육감의 사퇴 거부는 10월 서울시장 및 서울시 교육감 재보궐 선거를 앞둔 한나라당에는 꽃놀이패라는 것이다.
곽 교육감 사태를 진보가 독식해온 도덕성 구호 공식을 깨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조전혁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진보 진영은 ‘자신은 정의롭기 때문에, 과정 상의 잘못은 문제가 아니다’라는 독선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진보진영의 정치적 술수, 그리고 부폐에 대해 국민들이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 교육감에 대한 공세는 야권이 내년 총선과 대선의 필승 카드로 내세우고 있는 ‘단일화’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뒷돈거래 단일화로 재미를 봤던 민주당이 10월 재보선에서 또 다시 이를 연출한다면 국민들이 더 이상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야권 연대의 부도덕성을 부각시켰다. 황우여 원내대표 역시 “후보 단일화는 선거 구도를 왜곡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경쟁자를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우선 10월 교육감 선거에서는 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불가능 할 것”이라며 “곽 교육감 사태는 야권 연대에 큰 상처를 냈고, 회복까지는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야권 연대=야합’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면 이번 재보선 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한나라당에 결코 불리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