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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 실용주의 대통령의 ‘말의 성찬(盛饌)’
임기 후반 접어든 MB정부

공생·공정 새 개념 쏟아내

청와대서도 뜻 몰라 갸우뚱

말 보단 실천이 중요할 때





청와대 참모들도 고개를 갸우뚱 한다. 

“공생발전이 뭡니까”라는 물음에 “함께 살면서 두루 발전하자는 것 아니겠어”라고 했다가, “어떻게요”라는 질문에는 “후속대책이 곧 나올거야. 지켜봐야지”라며 얼버무린다.

임기 후반으로 접어든 이명박 정부가 ‘말의 성찬(盛饌)’에 흠뻑 젖어 있다. 작년 광복절 경축사의 화두인 ‘공정사회’가 피부에 채 와닿기도 전에, 이번엔 영어(Ecosystemic Development)까지 동원된 ‘공생발전’이다. 특히 공생발전은 이 대통령이 직접 만든 말이라고 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공생발전이라는 개념은 지금껏 어디에도 소개되지 않았던 것”이라면서 “우리말로 아무리 해도 딱 맞는 말이 없었는데, 토론을 거치면서 대통령이 직접 결정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사정이야 어쨌든 공정하면 바람직한 것이고 공생하면 좋은 것을 누가 모르랴마는, 문제는 실천이다.

이 대통령이 “탐욕 경영과 무분별한 자본의 자유, 부익부 빈익빈을 일소하는 새로운 시장경제 모델이 필요하다”며 시대정신을 강변하는 동안, 민의는 이런 하소연을 하고 있다. “취직이나 되면 좋겠다. 추석물가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청와대 담장 안과 밖의 공기가 이렇게까지 다른 것은 이런 말들이 공허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공생발전의 해석을 놓고 공정사회의 연장선상이다, 재벌 때리기다,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철학)의 폐기다라는 둥 온갖 말들이 덫칠되고 있다. 오죽 답답했으면 이 대통령이 30대 그룹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 공생발전의 국정기조를 직접 설명하겠다고 했을까.

뒤돌아보면 우리 정치권의 ‘말 잔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5년 전에는 ‘말 잔치’보다 더한 ‘말 폭탄’ 이 유행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노무현이 하는 것 반대하면 다 정의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흔들어라 이거지요, 흔들어라. 난데없이 굴러들어온 놈…”이라며 자해적 독설도 마다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재신임, 대연정, 임기단축, 4년제 연임 개헌 발언 등 ‘실천되지 못한 말’들을 쏟아냈고, 처음엔 어리둥절했던 국민들은 이내 피로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 결과가 지난 17대 대선에서 경제대통령 이명박 후보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이를 잘 지켜봤을, 그래서 누구보다 실용과 실천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이 여기에(말 정치에) 숟가락을 얹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괴이하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일로매진해온 CEO 대통령에게, 거대담론의 입바른 말을 되풀이하는 윤리학자의 외양은 어색하기 그지없다.

최근 이 대통령은 국정지지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당장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해도 역사적 소명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겠다는 뜻일 테다.

그러나 대중지성이 보편화된 21세기는 친민(親民: 백성과 친하게 된다)의 정치,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정치가 미덕이다. 구시대 계몽의 그림자가 감도는, 말의 성찬이 가득찬 신민(新民: 백성을 새롭게 한다)의 철학으로는 냉소의 메아리만 남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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