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측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현대아산이 장기임차한 금강산 호텔을 미국 관광객에게 개방, 본격적으로 남한의 재산권을 침해하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2일 금강산 내 남측 재산을 일방적으로 법적 처분하겠다고 통보한 북한이 실제 해외 관광객에게 우리측 자산을 사용토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국의 북한 전문여행사가 2012년 북한관광 상품을 출시하면서 금강산 호텔을 이용해 금강산을 관광하는 새 상품을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미 중서부 일리노이 주에 있는 아시아태평양여행사는 “내년부터 금강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휴양지구 내에 있는 금강산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강산호텔은 현대아산이 호텔 및 기타 시설에 총 2269억원을 투자해 장기 임차한 시설로 북한이 이 시설을 이용하려면 현대아산의 동의가 필요하다. 북한은 그러나 지난해 4월 남측 재산 동결조치때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이 자신 측 자산이라는 이유로 협의절차를 제외한 바 있다.
북한은 최근 금강산호텔을 리모델링, 카지노와 공연장 시설 신축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의 외자유치창구인 조선대풍국제투자룹의 박철수 총재는 지난 2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금강산특구를 도는 시범여행단에 금강산의 국제관광지 및 비즈니스 지역화, 골프장ㆍ카지노ㆍ경마장 유치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현대아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해외 관광객을 동원하겠다는 북측의 선포를 꾸준히 들어왔다”면서 “정부와 협의해 금강산 관광재개를 목표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해외 관광객 동원에 실제로 나서고 있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자 남측 투자기업들도 동요하고 있다. 한 금강산 개별기업 관계자는 “남측 자산을 활용하면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아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며 “북한은 아예 관광을 접어야했던 지난 3년보다 차라리 독자 관광방식이 더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 @outofmap> wor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