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민원해결을 맡은 권익위 조사관들에겐 생소한 일도 아니다. 반말과 고성은 물론, 협박과 욕설도 예삿일이다. 일반 조사관들이 두손두발 든 고질 민원만 전담하는 팀이 정부부처 최초로 탄생했다. 일명 ‘고충민원 특별조사팀’이다.
올해로 조사관 경력 15년차인 장태동 팀장은 사실 ‘자의 반, 타의 반’ 이 자리에 왔다. 권익위가 특별조사팀을 신설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모집 공모를 했지만, 예상대로 한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고충민원 실적이 가장 뛰어난 장 팀장을 ‘민원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승진 등 인사 우대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들고 삼고초려했다.
그의 고충민원 해결 비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경청과 추임새”다.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여기까지 오지 않습니다. 억울한데 분을 풀데가 없는 분들이 저를 찾아와요. 절대 말을 자르지 않고 ‘저라도 그렇게 했겠다’는 진심어린 추임새를 넣어줍니다. 민원인 입장에서 잘만 들어줘도 절반은 해결됩니다.”
‘우리 한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자’는 말도 장 팀장의 단골 멘트다. 일단 소관부처 담당자를 함께 찾아가 민원인 입회하에 현장 재조사에 착수한다. 수용 가능한 중재안을 제시하고, 일명 ‘끝장토론’을 벌인다. 장 팀장은 “민원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때까지 끈질기게 방문해서 면담한다”고 말했다.
넉넉한 미소를 띄고 있지만 장 팀장에게도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복병. “민원인들의 막말과 욕설, 협박은 살아움직이는 악플이에요. 심해지면 표정에도 드러나고 우울증으로 변질됩니다. 스트레스를 억지로 피하지않되, 사무실을 떠날 땐 모든 걸 두고 나가려고 노력합니다.”
고충민원특별조사팀이 문을 연지 두달이 채 안됐지만 협박과 욕설을 일삼던 민원인들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민원 해결 후 고맙다고 찾아오는 이들도 생겨났다. 변호사 사무실 문턱도 밟지못한 이들에게 장 팀장은 일종의 특별고충 전담 변호사다.
다른 정부부처에서 노하우에 대한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우수 해결사례를 발굴해 처리 매뉴얼을 보급할 계획이다. 권익위 맨 꼭대기층에서 3명의 조사관들과 함께 단촐히 출발한 고충특별조사팀. “우리 경험이 이 작은 사무실에서 끝나지않고 전 부처에서 활용될 수 있었으면”하고 그는 소망했다.
<김윤희 기자 @outofmap> worm@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